반갑다 친구야!
아, 얼마 만인가요 1980년 2월 졸업 후 그러니까 27년이 되었군요.
한번도 만나보지 못했던 친구들 몇 명을 오늘 만나게 되었습니다.
140여명 되었던 동창생들 중에 전북권에 거주하는 친구들을 수소문 끝에 만남을 주선하니 30여명 되었는데 사정상 다 참석하지는 못하고 약속시간에 나타난 친구들은 20여명 되더라구요.
남자 14명 여자 6명 이렇게 모였는데 낯익은 얼굴들이긴 한데 이름이 뭐지? 하고 궁금해 하면서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첫모임이라 삼겹살 집에서 조촐한 밥을 먹은 후 잘 아는 친구도 있지만 서먹서먹한 친구도 있어서 자기소개 하는 시간을 갖기로 제안했었지요.
앉은 차례대로 하나하나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시작했는데,
어느 마을에 살았었고 육학년 때는 몇 반이었다. 누구를 좋아했었다. 등을 이야기 하였는데,
수줍어하고 남앞에 서면 얼굴이 빨개지던 친구들도 이젠 연륜이 마흔살을 넘기더니 대담해져서인지 술기운인지는 몰라도 또렷,또렷이 이야기를 잘 하더라구요.
모 프로그램에 반갑다 친구야를 흉내내는 친구도 있었고, 난 누구를 짝사랑 했었다며 얼굴을 붉히는 친구도 있었습니다.
어떤 친구는 육학년때 담임선생님이 자기 아들의 담임선생님이 되었다며 젊었던 선생님이 머리가 희끗희끗한 정년을 몇 년 안 남긴 할아버지 선생님이라며 자랑하더군요.
사실 저는 이 모임에 참석하지 않으려고 했었습니다.
웬지 초라한 내 모습을 친구들 앞에 내 비취기 싫었기 때문입니다.
학창시절엔 성적이 그래도 상위권이었는데, 지금의 내 모습은 가장 낮은 곳에서 적게 벌어 적게 쓰면서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는 내 모습이 부끄럽기도 했구요.그렇지만 꾀복쟁이 친구들이 어떻게 살아가는가가 궁금하기도 했고 보지 못했던 친구들의 얼굴이 그리워 참석을 결정하고 약속시간에 맞춰 나갔답니다.
가지가지 직업을 갖고 살아가고 있더라구요.
귀금속 가공기술자, 중국집을 하는 친구, 노래방을 하는 친구, 페인트가게를 하는 친구, 공무원인 남편을 둔 친구, 회사원, 중장비운전사, 오토바이 가게를 하는 친구, 시골출신들이지만 농사짓고 있는 친구는 없었습니다.
하기야 저도 자경농으로 하우스를 경영하다가 힘에 부쳐서 지금은 자활근로를 하고 있지만 말입니다. 앞으로는 우리나라의 농업이 어떻게 유지될 것인가가 걱정되기도 하는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우리 친구들은 장가는 다 갔겠지? 했었는데, 두 명이나 아직 결혼하지 못한 노총각이 있더라구요.
으례히 밥먹고 나면 2차로 노래방 가는건 순리가 되어 버린 세상이지만
노래방에만 가면 목석이 되어 괴로워 해야만 하는 저는 친구들이 노래방으로 들어서는 것을 보면서 차에 올라 시동을 켰습니다. 아쉽지만 집으로 가기 위해서 말입니다.
27년만에 만났던 친구들아 이제는 몇 달에 한번씩이라도 만나 식사라도 하자꾸나.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하면서 시작하는 노래 들려주실 수 있나요?
제가 지금은 수지면에 살고 있지만 초등학교는 주생초등학교 46회 졸업생이거든요.
남원시 수지면 유암리 포암마을 김영수. 011-9668-2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