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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놈 목소리'에.. 아들 떠나보낸 '엄마의 1년'
2021-01-22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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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구속될 수 있다'


이런 전화를 온종일 받고

중압감 끝에 극단적인 선택을 내린

어느 취업준비생의 이야기,


꼭 일년 전에 전해드렸는데,

유족들한텐 지난 1년이

어떤 시간이었을까요?


다소 위안이 될 제도적 장치 마련이 있었지만

연대와 희망으로 이 같은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데는 공감의 문위기가 엿보입니다.


조수영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순창에 살던 취업준비생에게

걸려온 한통의 전화.


검사 사칭 전화사기범

"담당 검사가 누군지 정도는 아셔야 하니까

제 소개 잠깐 할게요. 여기는 서울중앙지검

검찰청 첨단범죄 수사팀에 팀장을 맡고 있는

김민수 검사예요. 담당 변호.. 검사입니다."


유선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구속된다는 겁박에 속아 넘어간 피해자는

사기꾼들의 각본에 따라 10시간 넘게

전화기만 붙들고, 움직이고 또 움직였습니다.


검사 사칭 전화사기범

"지금 주변에 제3자 소리가 왜 계속 들려요?

자, 준비됐어요? 질문 사항 있어요? 입장하세요. 걸어가세요. 자연스럽게.."


설연휴를 하루 앞두고, 죄책감에

세상을 등지기까지 사흘 동안

스물여덟 이 청년이 먹은 거라곤

고작 커피 두 잔이 전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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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시 1년,


납골함 앞에 선 엄마는 그저 배가 고팠을

자식 걱정에 국화꽃 옆에 평소 즐겨찾던

요깃거리들을 정성스럽게 올려놓습니다.


전화사기 피해자 유가족

"에너지도 넘치는 아이였는데 3일 동안

아무 것도 못 먹고 갔으니까.. 그게 제일

걸리는 부분이죠."


그저 '그놈 목소리'가 잡히길

간절히 기도하며 기다려온 시간.


다행히 수사가 급물살을 타,

사기단 일부가 경찰에 붙잡히고,

아들이 건넨 돈을 중국으로 보낸

송금책이 재판을 받기도 했지만

목소리의 정체는 여전히 베일 속입니다.


그래도 변화는 있었습니다.


사기범들이 자주 끌어들이는

서울중앙지검은 본인들이 직접 가짜서류를

판별해주겠다며 콜센터를 개설하기도 했고,


야속하지만 전화사기 피해 규모가

마침 아들을 잃은 지난해부터 하향세를

그렸다는 소식도 위안거리가 됐습니다.


하지만 이 엄마는,

귀한 자식 목숨을 앗아가놓고,

최근엔 숨진 아들의 이름까지 도용해

자신까지 속이려 한, 파렴치한

사기범들의 만행을 더는 지켜볼 수 없었습니다.


피해자 유가족

"(전화를 해보셨나요?) 예 했어요. 진짜

목소리 한번 듣고 싶었거든요. 큰 아들

이름이 딱 떠있으니까 바로 (화가)

올라오더라고요. (철렁하셨겠어요?) 네.

그래가지고.. 아니 세상에 모르겠지만..

큰 아들 이름이 찍혀서 오니까"


역시 규모는 줄었지만 지난해

도내에서 수사기관을 사칭한 전화 사기에

피해를 본 사람들은 절반 이상이 20대 청년들,


어쩌면 지금 이 순간에도 벼랑 끝에

서 있을지 모를 자식 같은 이들에게,

아들을 먼저 떠나보낸 엄마는 아픈 마음도

뒤로 하고 연대와 희망을 이야기 했습니다.


"이런 일이 더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조금이라도.. 다같이 노력해서.. 믿어요.

올해는 꼭 잡히고 더 줄어들거라고 생각해요."


MBC뉴스, 조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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