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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의원의 수상한 개입".. 둘로 나뉜 수의계약, 알고 보니 '기준 미달'
2025-07-31 1282
이주연기자
  2weeks@jmbc.co.kr

[전주MBC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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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시기 전북도가 급히 청소용 소독제를 사들였는데, 그 이면에 이상한 납품 과정이 있었던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습니다.


긴급하다며 수의계약 방식으로 진행된 납품, 그런데 특정 도의원의 이름이 거론되더니 계약이 두 업체로 나눠졌는데,


이렇게 납품받은 소독제는 알고 보니 기준치에도 미달되는 엉터리였다는 의혹까지 제기된 것입니다.


이주연 기자입니다.


◀리포트▶

'코로나19 확산방지 시급성을 고려해 수의계약 등으로 추진.'


코로나 바이러스가 창궐하던 지난 2020년, 전북도가 10억 원 가까운 청소용 소독제를 들여오면서 입찰을 진행하지 않은 명분입니다.


당초 전북도는 1리터 10만 병이 필요하다고 보고 그동안 마스크 등 방역용품을 꾸준히 대 준 A업체에게 납품을 맡길 예정이었습니다.


업체가 부랴부랴 물량을 준비하고 계약하기 직전, 그런데 담당 공무원 입에서 뜻밖의 이름이 나왔습니다.


[제보자(음성변조)]

"'박용근 의원 아세요?' 그래서 잘 모르겠는데요 왜 누군데요? 그랬더니 '박용근 의원이 지금 계속 자기네(자기가 추천한 업체) 거를 좀 사달라고 한다'고.. '사장님이 한 1~2만 병만 좀 양보를 해주셔야 할 것 같다'고.."


결국 계약은 두 개로 쪼개졌고, B업체가 끼어들며 전체 물량의 20%를 가져갔습니다.


그런데 한창 납품이 이뤄지던 과정에서 또 이상한 일이 벌어집니다.


수의계약인 탓에 번번이 납품 가격을 조정해야 했는데 병당 8천 원을 제시한 A업체는 7,660원으로 깎인 반면, 같은 8천 원을 제시한 B업체는 오히려 8,950원으로 단가가 대폭 인상된 것입니다.


팔려는 사람이 받으려던 금액보다, 사려는 사람이 돈을 훨씬 더 주는 아주 이상한 상황,


이에 대해 B업체는 원래 가격은 병당 2만 원인데 절반 가격에 납품한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실제 이 제품을 생산한 업체의 말은 전혀 다릅니다.


[소독제 생산업체(음성변조)]

"어떻게 2만 원이 나오죠? 그때는 가격이 비싸지 않았어요. 저희들이 주는 가격이 6,600원인가.."


납득하기 어려운 수의계약 납품이 계속되는 과정에서 해당 업체는 지속적으로 박 의원과의 특별한 관계를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B업체 대표(음성변조)] 

"(박용근 의원님 아시잖아요?) 네 (좀 어떻게 알게되신 사인지 궁금해가지고요.) 저희요? 제가 아는 형님하고 같이 친구분이셔 가지고 이제 아는 거고요.."


이에 대해 박용근 도의원은 B업체 사장을 잘 아는 것은 사실이지만 수의계약 등 특혜를 주지는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이름만 거론되던 박 의원이 갑자기 직접 전면에 등장합니다.


B업체와 경쟁관계였던 A업체를 콕 집어 제품 품질에 문제가 있다며 조사가 필요하다고 특정 언론과 인터뷰에 나선 것입니다.


[박용근 / 전북자치도의원]

"(2020년에 소독제 관련으로 성분 함량 미달로 문제 제기하셨잖아요?) 예, 그랬었죠. 그때 물에다 색깔 타가지고 뿌리는 거랑 똑같다는 거예요 효과가.."


설왕설래 끝에 전북도는 A업체의 소독제에 대해 국립환경과학원에 성분 검사를 의뢰했는데, 결과는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습니다.


박 의원의 지적대로 A업체의 소독제가 기준에 미달하는 엉터리였던 것으로 드러났는데,


문제는 B업체 제품 역시 국립환경과학원에서 이미 일찌감치 조사했고 성분이 기준 미달이라고 공지한 사실까지 드러난 겁니다.


하지만 전북도는 A업체는 행정고발에 나선 반면, B업체에 대해서는 손을 놓고 있습니다.


급하다며 10억 원 가까운 물량을 수의계약으로 납품받은 전라북도.


여기에 도의원의 이름이 오르내리며 짬짜미 나눠먹기가 진행되더니,


결국 엉터리 소독제 납품으로 귀결된 상황을 코미디라 정의할 수 없는 이유는 그 과정에서 시민의 혈세 수억 원이 희생됐기 때문입니다.


MBC뉴스 이주연입니다.


영상취재: 강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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