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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중, 또 수사 중".. 중대재해처벌법 4년 '법은 있지만 책임은 없다'
2025-11-11 89
이주연기자
  2weeks@jmbc.co.kr

[전주 MBC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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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김제 산업단지에서 이주노동자 강태완 씨가 숨진 지 꼭 1년이 됐습니다.


명백한 중대재해였지만,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수사 상황을 물으면 돌아오는 답변은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4년이 다 되어가지만, 전국의 유사 사건 대부분이 이렇게 '수사 중'이라는 이름으로 멈춰 있고 설사 수사가 종결되더라도 기소나 처벌로 이어지는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이주연 기자입니다.


◀리포트▶

지난해 11월, 김제 지평선산단의 한 공장.


이주 청년노동자 강태완 씨가 10톤짜리 건설장비에 끼여 숨졌습니다.


안전관리자도 없었고, 장비 운전 절차도 명확하지 않았습니다.


누가 봐도 명백한 중대재해였지만, 1년이 지난 지금도 사건은 여전히 '수사 중'입니다.


[김사강 / 이주와인권연구소 연구위원]

"강태완 님이 떠난 지 1년이 넘도록 아직 고용노동부의 중대재해 조사는 마무리되지 않고 있습니다."


5살 어린 나이에 어머니와 몽골에서 온 강태완 씨는 안정적인 체류 자격을 얻기 위해 김제의 한 특장차 공장에 취업했지만, 일한 지 8개월 만에 목숨을 잃었습니다.


한국에 홀로 남은 어머니와 민주노총전북본부는 고용노동부 전주지청을 찾아 신속한 수사와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습니다.


[엥크자르갈 / 고 강태완 어머니]

"저는 뭐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에요. 아는 것도 없고. 빨리 (수사) 해줬으면 좋겠는데, 어떤 상황인지 어떻게 돼가고있는지.."


하지만 노동부의 답변은 1년째 같습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

"속도가 다소 느리다고 느껴지실 수 있긴 하지만, 열심히 하고 있다는 말씀.."


중대재해처벌법은 2022년 1월 시행돼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에게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부여했습니다.


그러나 법이 시행되고도 중대재해는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국회입법조사처 조사 결과, 법 시행 이후 지난 7월까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조사된 사건은 1,252건.


이 가운데 약 73%인 917건이 여전히 '수사 중'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검찰에 송치된 사건은 276건, 그중 기소된 사건은 121건 뿐입니다.


입법조사처는 "수사 지연과 낮은 기소율이 제도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며 "중대한 재해에 대한 신속하고 적절한 처벌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박영민 / 노무사]

"사람이 죽었는데 중대재해 수사가 1년이 넘어가고 시간이 지나면서 사건이 더 쌓이니까 심지어 천 일이 넘는 사건도 많이 생긴단 말이에요. 노동청이 스스로 그 자격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입니다."


사람이 죽고 시간이 흘러도, 사고의 책임을 가리는 수사가 '조사 중'으로만 남는 현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라는 말을 되새기게 됩니다.


MBC뉴스 이주연입니다.


영상취재: 조성우

그래픽: 김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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