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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노동자 '집단 야반도주'.. 뒤에는 브로커
2022-10-18 1271
조수영기자
  jaws0@naver.com

[전주MBC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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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농촌 일손 문제를 해소하고자 외국인들에게 한시적인 체류자격을 부여하는 '계절근로자 제도'가 지난해부터 시행되고 있죠.


하지만 높은 이탈율로 불법체류자를 양산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계절근로자들에게 직업 알선료 명목으로 월급 대부분을 떼가는 브로커들이 이들의 이탈을 부추기는 것 아닌 지 의문도 제기됐는데요.


저희가 브로커를 직접 만나 이 이슈에 한 걸음 더 들어가봤습니다.


조수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짐이 꽉 들어찬 가방을 등에 멘 여성이 손에 들린 짐꾸러미를 차량에 옮겨싣습니다.


그리고 뭔가에 쫓기기라도 하듯 뒤따라오는 또 다른 여성들, 바리바리 싼 짐을 짐칸에 황급히 옮깁니다.


지난 8월 자정 무렵, 완주군의 한 농장에서 벌어진 야반도주 현장입니다.


달아난 세 명은 원래 농가 일손을 돕기 위해 완주군이 유치한 필리핀 국적 계절근로자들입니다.


[조수영 기자]

"두 달 전까지 계절근로자들이 숙소로 쓰던 곳입니다."


창고로 이동해 이렇게 옷가지들은 물론이고 한국 입국 때 들고온 짐가방까지 놓고 간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앞서 인근 농장에서도 필리핀 계절근로자 5명이 한꺼번에 사라졌습니다.


월급 날을 코 앞에 둔 시점이었습니다.


[원종석 /완주지역 농장주]

"네 명이 일한 월급이 천만 원이 넘어요. 그런데 (월급날까지) 3일 남겨놓고 돈도 안 받고 그냥 나갔다는 것이.. 본인들 의사로 가지 않았다고 추측할 수 있는 거죠."


올해 완주에서 사라진 계절근로자는 모두 17명,


지난 5월 완주군이 필리핀의 한 자치단체와 손 잡고 28명을 데려왔는데, 절반 이상이 사라진 겁니다.


올해 고창에서도 네팔 계절근로자 250여 명이 들어와 60퍼센트가 넘게 달아났습니다.


한국에 오기까지 험난하고 치열한 경쟁을 거친 계절근로자들은 왜 한국에 와선 불법체류를 선택한 것일까.


완주에서 도망친 계절근로자가 숙소에 남기고 간 편지입니다.


농장주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면서도 자신들이 처한 상황이 좋지 않았다는 내용...


이런 선택을 내린 건 바로 '급여', 돈 문제 때문이었다고 썼습니다.


이들의 한 달 월급은 국내 최저임금인 190여만 원 정도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농장주들은 노동자들이 실제 손에 쥔 돈은 70~80만 원에 불과했다고 입을 모읍니다.


[완주지역 농장주]

"매일 월급 줄 때마다 불만이었고, 계절근로자들이 언젠가 가겠구나.. 그게 다 보이더라고요."


[원종진 /완주지역 농장주]

"(실수령액이) 160~170만 원이 돼요. 그 분들(계절근로자)이 이야기 해주는 것과 제가 알고 있는 걸 종합해보니까 앞뒤가 안 맞는데.."


배경엔 브로커들이 있었습니다.


이들은 사실상 자치단체를 대신해 해외에선 계절근로자들을 모집하고, 국내에선 인력관리를 도맡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실제 완주에서 이 일을 주도한 브로커 A씨,


취재진을 만나 노동자들의 월급에서 숙식비를 뗀 월급, 약 160만 원 가운데 절반 가량을 수수료로 가져간다고 인정했습니다.


[A 씨 /계절근로 브로커]

"저희가 통장 관리를 하자고 했어요. 왜 그러냐? 외국인등록증, 여권까지 다 줬는데 통장까지 주면 월급 들어오면 다 갖고 도망갈 거 아닙니까?"


핵심적인 일을 한 브로커는 따로 있다고 덧붙였는데..


최저임금을 보장하지 않고, 임금 떼가는 게 불법 아니냐는 지적에 자신들이 아니면 이 일을 누가 대신하겠냐며 되레 따져묻습니다.


[A 씨 /계절근로 브로커]

"브로커라고 생각하고 보실 수 있는데.. 저는 농가와 근로자와 공무원을 굉장히 자유롭게 해드리기를 원하는 사람이에요. 잘못한 거 있으면 처벌 받고 죄 지은 게 있으면 판사가 주는 대로 저는 받아야죠."


올해 시범사업으로 계절근로자들을 유치한 완주군..


이 사업이 처음이라 현지 업체의 도움을 빌렸을 뿐, 이후에 브로커와 임금문제로 뒤탈이 날 줄은 짐작도 못했다는 반응입니다.


[완주군 관계자]

"근로자 임금을 이용을 좀 하는 것 같아요. 그렇게만 알지 그런 세부적인 건 잘 모르잖아요."


법무부는 현재 불법체류자 신분인 완주군 계절근로자들의 행방을 뒤쫓는 한편, 브로커들의 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MBC뉴스 조수영입니다.


-영상취재 서정희

-그래픽 문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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