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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작물 피해에 '기러기 사냥'.. "멸종위기종 도래지인데"
2023-01-29 3434
허현호기자
  heohyeonh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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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군산 만경강 부근에 철새 수만 마리가 몰려들면서 총기를 사용한 기러기 사냥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농작물 피해가 심하다는 농민들의 호소에 군산시가 일시적으로 수렵 허가를 내준 건데요.


조류 연구자들은 허가 범위를 넘어선 과잉 사냥이 벌어지거나 다른 보호종이 피해를 볼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허현호 기자입니다.


◀리포트▶

기러기 떼가 무리를 지어 날아다니는 군산 만경강 부근의 농경지,


한 남성이 땅 위에 떨어진 철새 한 마리를 집어 들어 트럭 적재함에 던져 넣습니다.


아직 퍼덕이며 숨이 붙어있는 기러기도 있습니다. 


트럭 짐칸에 실려있는 철새들을 비닐 봉투에 옮겨 담는데, 봉투가 금세 가득 찰 정도입니다.


[주용기 / 한국물새네트워크]

"이틀 전에 봤을 때도 짧은 시간이잖아요. 제가 본 거야 뭐 2, 30분밖에 못 본 건데... 최소 10마리는 넘었다고 봐야 되고..."


겨울이면 몽골 등지에서 수만 마리씩 만경강 부근을 찾는 기러기 떼,


떨어진 곡식 등을 먹이로 겨울을 나는데, 먹을 게 없다 보면 가축 사료로 키우는 동계 작물인 라이그라스도 먹이로 삼습니다. 


그러다 보니 농작물 피해가 크다며 농민들이 총기를 사용해 기러기를 사냥하는 겁니다.


민원이 이어지자 군산시는 총포 사용 허가를 받은 농민 2명에게 3월까지 쇠기러기를 1인당 50마리씩 잡을 수 있도록 허가를 내줬습니다.


[군산시 관계자]

"농작물을 재배하고 계시는데 기러기 때문에 피해가 크다고 해가지고 현장 확인해 보고 허가를 냈거든요. 논 80% 정도는 뜯어 먹은 상태였거든요. 그때 갔을 때...."


최대한 공포탄을 사용하도록 하고, 마릿수도 제한했다지만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현장 점검 없이 수렵꾼들이 보낸 사진만을 통해 사냥한 철새의 수나 허가받은 종인지 여부 등을 확인하는 데다,


멸종 위기종인 큰기러기나 재두루미 등이 함께 서식하는 곳이라 자칫 다른 보호종이 사냥당할 우려도 크다는 겁니다.


[주용기 / 한국물새네트워크]

"(멸종 위기종인) 큰기러기들이 같이 다니거든요. 같은 걸 또 먹기 때문에... 그런데 거기에 이제 쇠기러기 잡는다고 쐈다가 큰기러기도 잡힐 수 있는 거예요."


허가 범위를 넘어선 수렵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관리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 


또한 생명을 죽이지 않는 방식을 쓰거나 피해 농민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는 식으로 정책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MBC 뉴스, 허현호입니다.


영상취재: 정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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