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이 참 좋다] 전주MBC 2025년 04월 30일](/uploads/contents/2025/05/f0a0a6e138a21c550e18bea4369d0076.jpg)
![[전북이 참 좋다] 전주MBC 2025년 04월 30일](/uploads/contents/2025/05/f0a0a6e138a21c550e18bea4369d0076.jpg)
[전주MBC 자료사진]
◀ 앵 커 ▶
얼마 전 타조가 체험장을 탈출해 도로 한복판을 뛰어다닌 사건이 있었죠.
지난해 3월, 얼룩말 ‘세로’가 동물원을 탈출한 지 1년 만에, 울타리를 벗어나 도심을 질주하는 이례적인 모습이 또 목격됐습니다.
갈비뼈가 다 드러날 정도로 방치된 채 지내온 ‘갈비 사자 바람이’를 비롯해, 제대로 된 관리 보호 없이 방치된 동물원 속 동물들의 모습이 지속해서 드러나면서 억눌린 그들의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이 커지고 있는데요,
동물복지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 요즘 시대에 동물원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과연 관람과 전시뿐일까 따져봤습니다.
◀ 리포트 ▶
전주동물원의 늑대 사육장,
철조망 속 늑대 한 마리가 정신없이 한 곳만 빙글빙글 돌기를 반복합니다.
언뜻 ‘운동’을 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같은 공간을 목적 없이 빙빙 도는 모습이 30분이 지나도록 계속됩니다.
극한의 스트레스를 받은 동물원 동물에게 자주 나타나는 ‘정형행동’입니다.
2015년부터 전주시 동물원이 코끼리사, 맹수사 등 열악한 사육장 환경 개선을 진행하고 있지만, 하루 80km 이상 이동하는 습성의 늑대에겐 나아진 사육장 역시도 비좁긴 마찬가지입니다.
호랑이와 곰, 스라소니도, 콘크리트 건물에서 벗어나 새집이 마련됐지만 본래 서식 환경과 유사한 규모나 환경을 제공하긴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강민지 / 전남 구례]
“얘네(동물)들도 원래 살던 환경이 있으니까 가끔 보면 신기하기도 한데, 미안하기도 해요. 인간 입장에서는..”
도로를 달리는 타조, 우리를 뛰쳐나온 얼룩말.
잊을 만하면 등장하는 탈출이나 방치 소식에 ‘전시 동물’을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도 서서히 달라지고 있습니다.
단순한 ‘구경거리’에서 벗어나 ‘보호할 대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
전주시도 단순 관람객 유입을 위한 추가 동물 반입보단 현재 보유중인 동물을 위한 시설 개선, 행동 풍부화 조건 개선 등에 집중해 동물 복지 향상에 노력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유동혁 / 전주동물원 사육사]
“생태동물원으로 가기 위해서 여러 노력을 하고 있고..야생에 있는 사료를 직접 식재해서 베서 주거나, 아니면 장난감을 만들거나.."
[목서윤 아나운서]
"이 독수리들은 날개에 이상이 생겨 더 이상 자연에 방생할 수 없는 상태로 구조됐는데요, 이렇게 부상이나 장애 등으로 갈 곳이 없는 야생동물도 꾸준히 입식시켜 동물 ‘보호’ 의무를 강화하겠단 계획입니다."
‘야생의 동물을 시설에 가두는 게 맞느냐’는 근본적 질문도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지자체가 직영하는 공영 동물원은 상황이 그나마 낫지만, 여전히 대부분은 열악한 민간 시설.
지난해 12월, 동물원수족관법이 전면 개정되면서 ‘야생동물 특성에 맞는 서식 환경’을 조성하도록 하는 등의 허가요건이 강화됐지만, 세부 내용은 여전히 미흡합니다.
[이형주 /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
“동물원이 수행해야 하는 의무라든가 보전 기능에 대한 정의는 나와 있지 않아요. 야생동물을 가둬 놓으려면 명분이 있어야 하는 것이거든요.”
불량한 시설의 허가가 취소되더라도, 해당 시설의 동물을 몰수할 수 있는 규정이 없다 보니 멸종위기종마저 폐업한 동물원에 갇혀있어야 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대구와 김해 등 곳곳의 민간 동물원이 문을 닫으며 방치된 동물들의 실상이 지속적으로 보고되는 상황,
동물들이 타고난 본능대로 야생 못지 않은 환경에서 ‘보호’받으며 살 수 있을지 모두의 관심이 필요해 보입니다.
지구 새로 봄, 전주MBC 목서윤입니다.
영상취재: 조성우
그래픽: 안희정
영상제공: 동물자유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