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주 MBC 자료사진]
◀앵커▶
전북도청은 지난해 말 고위직 간부들의 비위와 일탈이 잇따르면서 큰 몸살을 앓았습니다.
대표적으로 폭행 등 문제를 야기했던 한 고위직 공무원에 대한 징계 결과가 이제야 나왔는데요.
당연히 중징계가 예상됐지만, 공직사회에서만 통하는 비책이 발휘되면서, 인사위원회는 최종적으로 경징계 처분을 내렸습니다.
어찌된 일인지, 김아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스토킹과 폭행 등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공직사회에 큰 충격을 줬던 전북도 전 인재개발원장 A씨.
지난해 말 대기발령됐지만 정원이 많지 않은 3급 고위 공무원인 탓에, 후속 인사조차 내지 못하는 공백 상황이 수 개월째 이어질 만큼 부작용도 컸습니다.
약 8개월 만에 내려진 징계,
그런데 인사위원회의 최종 결론은 '감봉 3개월'이었습니다.
앞서 전북도 감사위원회는 폭행과 상해, 품위유지 의무 위반 등의 이유로 해당 공무원에게 '정직'을 요구했지만, 인사위원회에선 '감봉'으로 수위가 내려간 것입니다.
정직은 중징계에 해당하지만 감봉은 경징계로 분류될 만큼 그 차이는 큽니다.
당사자가 예전에 받았던 국무총리 표창이 징계가 감경된 이유였습니다.
[전북자치도청 관계자]
"훈장·포장이나 국무총리 이상 표창이나 모범공무원이나 이런 게 있으면 감경을 할 수 있는 규정이 있거든요. 어쨌든 감경 대상이 되는 총리 이상 표창을 가지고 계셨다."
실제 지방공무원 징계 규칙은 징계 대상 공무원이 훈·포장이나 정부 표창 등을 받은 경우 감경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성폭력이나 성매매, 채용 비리 등 중대한 비위는 예외로 하고 있지만, 원칙적으론 과거에 상을 받았다는 사실 자체가 징계를 덜 수 있는 무기가 되는 겁니다.
공직사회에서 표창이란, 일정 직급 이상이면 안받은 사람이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사실상 남발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최근 5년 동안 포상을 이유 감경된 징계 대상자는 전북도청에서만 37명.
너도나도 받는 공무원 표창이, 나중에 있을지 모를 징계에 대비하는 '보험용'이란 이야기까지 나오는 이유입니다.
특히 남들보다 높은 직급에 오른 고위직일수록 그 진급 과정에서 당연히 포상도 더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고위직 비리가 잇따랐던 전북도청이 최종 징계 수위를 대폭 낮추며 찾았던 구실이 비단 포상 실적 뿐만은 아닙니다.
직장 갑질 등 문제로 물러난 전북도 전 기업유치지원실장 역시, 당초 감사위에서 중징계를 요구했지만, "사직서를 제출했다"는 등의 이유로 최종 경징계가 내려지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최병관 / 당시 행정부지사(지난해 11월)]
"사직서를 제출을 했고, 인사위원회 개최 전에. 그 다음에 인사위원회에 출석을 해서 반성을 많이 했고, 그거에 대해서 감안이 됐었고요. 그 다음에 관련 피해자라는 사람한테 사과를 한 것들..."
고위직 공무원의 비위는 개인 일탈을 넘어, 기관장의 장기 공석 등 모두의 피해로 이어지기 마련입니다.
그럼에도 그들만의 사유로 징계 수위를 손쉽게 낮추기 일쑤인 공직사회.
"일벌백계 하겠다"던 말잔치가 결국 용두사미로 끝난 것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보입니다.
MBC 뉴스 김아연입니다.
영상취재: 유철주
그래픽: 문현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