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MBC 자료사진]
◀앵커▶
전주국제발효식품엑스포가 올해도 월드컵경기장에서 개막했습니다.
어언 23회째를 맞는 역사 깊은 행사로 성장했는데요,
하지만 전북의 발효 식품을 앞세워 세계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포부는 점점 사라지고, 발효엑스포인지, 식품엑스포인지 정체성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유룡 기자입니다.
◀리포트▶
8천 년 전 포도주를 담갔던 항아리가 발견되면서 발효 명가로 등극한 조지아,
조지아 토종 와인을 비롯한 이색적인 발효식품들이 눈을 즐겁게 합니다.
꽃 잎을 따서 숙성시킨 식전 음식까지 발효의 세계는 다양합니다.
[니노 / 조지아 트빌리시]
"존졸리 나무 꽃봉오리로 만든 거예요. 이 꽃봉오리를 잘 씻고, 소금이랑 잘 섞고, 보관하고, (얼마나 보관하는 거예요?) 일주일 동안, 일주일 동안 보관해서 이렇게 되는 거예요."
지구촌 22개 국의 식품 업체들이 부스를 차린 글로벌 농생명관,
국내에서 접해보기 어려운 이국적인 식품들이 관람객들의 흥미를 끕니다.
[한근홍 / 전북 군산]
"한국에서 안 파는 것들을 여기에서 이렇게 보니까 너무 좋았던 것 같아요. (뭐가 인상 깊었어요?) 태국 거요. 이유식요."
김장철을 앞두고 젓갈 판매장도 인파로 북적입니다.
된장과 고추장을 비롯한 각종 장류와 발효식품의 최고봉인 김치까지 전북이 자랑하는 느림의 미학, 숙성의 과학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행사 개최 취지와 달리 발효식품엑스포는 행사장의 상당 부분을 여타 식품류에 내주고 있습니다.
식품관 출입구 바로 앞을 차지한 쇠고기 판매장,
시식용 고기 굽는 냄새에 방문객들을 줄을 섰습니다.
육개장과 추어탕, 마라탕까지 상생 식품관으로 명명한 행사장은 모든 중소 식품 업체의 입점이 가능해 발효식품엑스포라는 이름이 무색합니다.
주관기관은 발효를 주제로 23년째 행사를 이어오고 있지만, 이제는 전북의 모든 식품을 대내외에 알리고 판매하는 장으로의 변신을 시도할 때라고 설명합니다.
[장한수 / 전북바이오융합산업진흥원 본부장]
"발효식품 개수가 줄어든 것은 아니고요. 거기에서 저희들은 하나를 덧댔는데 미래 식품의 가치에 대해 저희들이 고민하고 그것에 대한 내용들을 보강했습니다."
해외 수출 계약도 해마다 30억 원 수준에 그쳐 발효식품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
하지만 전북의 자랑인 발효식품 육성 의지와 도전 정신은 퇴색하고, 지자체 예산을 들인 관례적인 식품판매 행사로 변질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적지 않습니다.
MBC뉴스 유룡입니다.
영상취재: 함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