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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누구를 위하여 시내버스는 달리나
2026-04-01 67
이주연기자
  2weeks@jmbc.co.kr

[전주MBC 자료]

대부분 도시의 아침은 시내버스가 엽니다.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학교와 일터, 삶의 현장을 잇는 가장 기본적인 공공 인프라입니다.


전주시는 이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매년 500억 원이 넘는 재정을 투입하고 있습니다. 이 정도 규모라면 단순한 지원을 넘어, 사실상 운영을 떠받치는 기반에 가깝습니다. 그렇다면 이 질문은 피하기 어렵습니다.


이 버스는 지금 누구를 위해, 어떤 기준 위에서 달리고 있는 것입니까?


■ 압류된 '시민의 발'


세금을 내지 않아 압류된 자산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자산이 매일 시민을 태우고 도심을 달리고 있습니다. 취재 결과, 한 시내버스 업체 소속 차량 25대가 지방세 체납으로 압류된 상태였습니다. 지방소득세와 자동차세 등 억대 세금을 기한 내 납부하지 못한 결과입니다.


그러나 이 버스들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노선을 달리고 있습니다. 압류가 운행을 막는 조치가 아니라 매매를 제한하는 절차이기 때문입니다. 법적으로 틀린 설명은 아닙니다.


하지만 시민의 눈높이에서 이 장면은 다르게 읽힙니다. 납세 의무를 다하지 않아도, 세금으로 운영되는 시스템은 그대로 유지됩니다. 모순된 풍경입니다.


정부 지침은 분명합니다. 보조금 산정 시 지방세 체납 여부를 고려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해당 업체는 수년간 체납 상태를 유지하면서 매년 40억 원 이상의 보조금을 받아왔습니다. 문제는 원칙이 없는 게 아닙니다. 있습니다. 다만 작동하지 않았을 뿐입니다.


■ 부실한 '시민의 발'


이 업체의 재무 상태는 이미 경고등이 켜진 수준입니다. 회계 감사보고서에는 존속 능력에 대한 불확실성이 명시돼 있습니다. 세금뿐 아니라 과징금과 과태료 역시 장기간 체납된 상태입니다.


또한 임원 보수는 업체가 자율로 정하고 있는데  총 보수액의 일부는 보조금에서 나가고 있습니다. 이런 구조이다보니 세금을 체납한 업체의 임원들이 보조금에 기대 결과적으로 억대에 가까운 연봉을 받고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적자는 공공 재정이 보전하고, 운영과 보수는 민간이 결정하며, 그 사이에서 통제는 작동하지 않습니다. 이 구조에서는 경영 개선을 강제할 유인이 작동하기 어렵습니다.


적자는 반복되고, 체납은 누적되며, 구조는 유지됩니다. 문제는 드러나지만, 시스템은 바뀌지 않습니다.


■ 시민 없는 '시민의 발'


현장의 체감은 더 분명합니다.


최근 3년간 전주 시내버스 관련 민원은 5천 건을 넘습니다. 매년 1,800건 안팎입니다. 무정차, 난폭 운전, 불친절 등 기본적인 서비스 문제입니다.


그런데 같은 기간 행정의 평가는 전혀 다릅니다. 서비스 점수는 100점 만점에 95점에 가깝습니다.


1,800건과 95점. 두 숫자는 동시에 성립하기 어렵습니다. 불편이 줄지 않는데 평가가 높다면, 평가 방식이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실제 평가 구조를 보면 한계는 분명합니다. 짧은 탑승 시간 안에 다수 항목을 동시에 점검해야 하고, 지적 사항은 대부분 경고나 지도 수준에 그칩니다. 결과적으로 평가는 현실의 문제점을 교정하지 못하는 형식적 절차에 머물러 왔습니다.


매년 1,800건씩 쌓이는 민원은 그 자체로 위험 신호였습니다. 전주에서 시내버스 기사를 상대로 시민들이 제기한 5년 치 형사소송 판결문을 살펴봤습니다. 시민들이 사고의 기록을 몸으로 써내려간 뒤, 법정에서 증명한 실태는 참혹하기만 했습니다.


2023년 12월 31일, 한 버스기사가 급정지한 것도 모자라 동시에 출입문까지 개방한 일이 있었습니다. 73세 여성 승객이 하차하려고 서 있었는데, 열린 문으로 그만 추락하고 말았습니다. 판결문에 기록된 피해는 '열린 두개내 상처가 없는 뇌진탕'. 12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중상이었습니다.(전주지법 2024고단929)


그 이듬해인 2024년 4월 2일에도 거의 똑같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하차하려고 좌석에서 일어난 승객이 떨어진 것입니다. 당시 버스는 움직이고 있었고 문은 열려 있었습니다. 이번에도 피해를 입은 건 고령에 해당하는 79세 여성 승객이었습니다. '우측 쇄골 견봉단 골절'로 전치 7주에 해당하는 부상을 입었습니다. 판결문에는 기사가 구호 조치 없이 현장을 이탈한 행적까지 고스란히 남았습니다.(전주지법 2024고단2960)


같은 해 12월에도 60세 여성이 승차하려고 막 승강구 계단에 발을 올리던 찰나에 버스가 출발하는 바람에 골절상을 입은 기록도 있습니다.(전주지법 2025고정155)


사고의 원인은 대부분 '업무상 주의의무 태만'이었습니다. 승하차 확인 같은 기본적인 절차를 지키지 않은 결과입니다. 법정에 선 일부 가해 시내버스 기사는 과거에도 유사한 사고 전력이 있었습니다.


물론 극소수의 문제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단순한 우연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연간 1,800건에 달하는 불편과 불만 사례가 내포한 징후들 가운데 일부는 실제 물리적인 피해로 이어지고, 또 반복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피해 사례는 제대로 주목도 받지 못한 채, 조용히 판결문 속에 계속 기록되고 있습니다.


행정 내부에서도 이 같은 시내 버스 업계 문제를 두고 "약 25%의 운전 기사에게서 나타나는 일탈"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그러나 대중교통 시스템에서 25%는 결코 가벼운 수치가 아닙니다. 이용 경험의 전반을 흔들 수 있는 수준입니다.


더 중요한 점은 이 문제가 이미 인지돼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예상 밖의 돌발 상황이 아니라, 인지된 위험이 구조적으로 관리되지 않은 결과에 가깝습니다.


행정의 고민 역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서비스 품질과 연계해 보조금을 줄이면 운행 차질이 발생하고, 그 부담은 시민에게 돌아갑니다. 그래서 그간 결론은 하나로 수렴돼 왔을 것입니다. '일단 운행은 정상대로 하자.'


그러나 여기서 반드시 구분해야 할 지점이 있습니다. 운행을 유지하는 것과 시스템을 관리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현재의 구조는 전자에는 대응하고 있지만, 후자에는 충분히 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 주인은 누구입니까


시내버스의 주인은 형식적으로는 민간업체입니다. 그러나 재정 구조를 보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적자의 상당 부분이 세금으로 보전되는 순간, 이 시스템은 이미 공공의 영역에 들어와 있습니다. 그렇다면 책임 역시 공공의 기준 위에서 작동해야 합니다.


하지만 현재 구조에서는 권한은 민간에, 재정은 공공에, 책임은 그 사이에 놓여 있습니다. 이처럼 책임이 분산된 구조에서는 문제가 반복돼도 근본적인 변화로 이어지기 어렵습니다.


보조금은 필요합니다. 그러나 조건 없는 보조금은 잘못된 구조를 고착시킵니다. 체납, 안전, 서비스, 경영 상태. 이 요소들이 실제 재정 지원과 연결되지 않는다면, 개선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시민이 이 시스템의 주인이라면, 이제는 분명해져야 합니다. 이 버스가 누구의 것인지, 그리고 그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 말입니다. 버스는 계속 달려야 합니다. 그러나 그 위에 놓인 기준과 책임까지 함께 멈춰 있어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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