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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 시군 저상버스 '0'대..열악한 장애인 이동권
2022-04-03 1100
허현호기자
  heohyeonh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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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서울 지하철에서 연일 이어지고 있는 시위에 여당 대표까지 논쟁에 가세하면서 장애인 이동권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데요.


서울이 아닌 지방의 사정은 더 열악합니다.


장애인 콜택시를 제외하면 이용할 수 있는 대중교통수단은 저상버스뿐인데, 도입률이 5대 중 1대꼴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심지어 도시 지역을 제외한 대부분의 시군에서는 단 한 대도 운행하지 않고 있어 장애인 이동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허현호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전주에 사는 지체장애인 곽경원 씨와 함께 시내버스를 이용해 봤습니다.


정류장에 설치된 벨을 누르자 휠체어 이용자가 있음을 알리는 불이 들어옵니다.


정류장과 너무 먼 곳에 멈춰 선 버스, 장애인이 있다고 직접 알린 끝에야 저상버스가 설치된 슬로프가 내려옵니다.


의자를 접고 휠체어에 안전벨트를 고정해야 하는데, 도움을 줘야 할 버스 기사도 익숙지 않은 듯 한참을 헤맵니다.


[곽경원]

"((승객 중에) 내리시는 분들도 있으시더라고요.) 제가 한 것도 아닌데, 미안하기도 하고 죄송하기도 하고 그래요."


오늘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 지난해 곽 씨와 친구들이 함께 찍은 영상입니다.


버스가 한참을 이리저리 움직인 끝에 내려온 슬로프는 결국 고장 나 버렸고, 시간이 지체되자 버스에 타고 있던 손님들이 하나 둘 내립니다.


[윤해아 /청년 장애인 단체 '어쩌다 모임']

"지금 20분째 정지돼 있는 상황이에요. 대부분의 승객들이 거의 다 내리신 상황이고...."


이처럼 이용도 불편하지만, 저상버스 숫자도 크게 부족합니다.


전북 지역 시내버스 972대 중 저상버스는 모두 196대로 20퍼센트 수준, 보급률이 58퍼센트인 서울의 절반에도 못 미칩니다.


그나마 전주와 군산, 익산과 같이 저상버스가 일부 도입된 도시 지역은 사정이 나은 편입니다.


2021년 기준 정읍시에서 운용되고 있는 저상버스는 전체 53대 중 단 1대, 나머지 10개 시군은 저상 버스가 단 1대도 없습니다.


[강현석 /전북 장애인차별철폐연대]

"(장애인들이) 이동할 수 있어야 일상생활도 가능하고, 교육을 받을 수도 있고, 직장에 다닐 수도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누구나 다 버스를 타고 다니는 게 편하지 않겠어요. (장애인 콜택시보다) 저렴한 비용도 발생하는 거고...."


지난해 목표치인 도입률 32퍼센트에 근접하지도 못한 데다 전국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데도, 다른 시도에 비해 상황이 나은 편이라고 말하는 전라북도..


예산이 충분한데도 도입률이 낮은 건, 농촌 지역의 도로 사정상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입장입니다.


[전라북도 관계자]

"산악 지형은 저상버스가 너무 낮아가지고, (바닥부터) 타는 데까지 34cm 밖에 안되거든요. 경사가 심하다든지, 아니면 과속 방지턱 같은 것 있으면 저상버스가 못 다니거든요."


반면 국토교통부는 전라북도의 해명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입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

"과속방지턱이나 이런 것들은 사실 규정대로 하면 못 다닐 이유가 없거든요. 다른 데도 다 설치돼 있는데 왜 거기는 안 된다고 하는지, 그런 것들을 확인해 볼 필요가 있는 상황이죠."


끈질긴 투쟁 끝에 얻어낸 작은 성과마저도 온전히 누리지 못하는 지역 장애인들, 20년 넘게 유예된 약속에 차별 없는 삶은 여전히 멀기만 합니다.


MBC 뉴스, 허현호입니다.


- 영상취재 : 홍창용

- 그래픽 : 김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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