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년 진짜 k팝으로 사랑받은 이날치 밴드의 ‘범 내려온다’ 는 판소리 다섯 마당 중 ‘수궁가’의 한 대목인데요.
소리꾼 한 명이 창을 하는 판소리와 달리 네 명의 보컬이 노래하며 코러스를 넣었고요, 북을 치고 추임새를 넣는 고수의 역할은 베이스와 드럼이 대신했습니다.
판소리 원곡과 달리 빠르고, 신나고, 다채로운 요즘 음악으로 재탄생하면서 판소리가 어색한 젊은 층이나 판소리를 아예 처음 접하는 외국인에게도 쉽고 흥미롭게 전달할 수 있었는데요.
인문 클래스시즌 3 [왕기석 명창의 판소리 클래쓰!] 첫 시간인 오늘은 ‘전통 판소리 & 대중음악 컬래버레이션!’ 첫 번째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이충훈 아나운서]
전주대학교 한국고전학연구소 온다라인문학센터와 함께 우리 주변의 살아있는 이야기를 쉽고, 다양하게 즐기는 인문 클래스시즌 3 [왕기석 명창의 판소리 클래쓰!] 40여 년 소리꾼의 길을 걸어온 시대의 명창, 왕기석 명창과 함께합니다. 안녕하세요.
[왕기석]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진행자]
왕기석 명창님은 함자만 들어도 다 아시겠지만, 그래도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왕기석]
전북특별자치도 무형유산 판소리 수궁가 예능보유자 소리꾼 왕기석입니다.
[진행자]
인문 클래스시즌 3는 왕기석 명창의 판소리 클래쓰로 출발하는데요. 기대됩니다. 오늘 첫 시간인데, 어떤 이야기로 채워볼까요?
[왕기석]
이충훈 아나운서, 판소리 다섯 마당이 무엇인지는 알고 있습니까?
[진행자]
소리의 고장 전북특별자치도민으로서 당연히 알고 있습니다. 춘향가, 심청가, 흥보가, 수궁가, 적벽가이지 않습니까?
[왕기석]
잘 알고 계시네요. 오늘은 판소리 대중화를 위해서 전통판소리와 대중음악의 합작, 판소리 다섯 마당을 활용한 음악으로 판소리 클래쓰의 문을 열어보겠습니다.
[진행자]
우리 전통 판소리 다섯 마당과 대중음악의 만남, 판소리 대중화를 위한 시도가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는데요. 흥미로운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그러면 판소리 다섯 마당 중에 어떤 판소리로 시작해볼까요?
[왕기석]
제가 전북특별자치도 무형유산 판소리 ‘수궁가’ 보유자니까 수궁가부터 시작해보겠습니다.
[진행자]
좋습니다. 그럼 판소리 수궁가를 간단하게 소개해주시죠?
[왕기석]
고대소설 토끼전을 창본으로 엮어 부르는 판소리로, 병든 용왕이 토끼 간을 먹어야 낫는다 하여 별주부 자라를 세상에 보내고 토끼를 속여 수궁에 들어갔다가 토끼가 죽을뻔 했다가 용왕을 속이고 세상에 살아 나오는 이야기 입니다.
[진행자]
명창님은 판소리 수궁가 예능 보유자이신데요. 판소리 수궁가의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왕기석]
각종 짐승의 모습을 의인화시켜 부르는 소리라 훨씬 재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진행자]
그럼 전통 수궁가를 활용한 대중음악, 어떤 곡 만나볼까요?
[왕기석]
판소리 수궁가를 전 세계적으로 핫하게 알린 이날치 밴드의 ‘범 내려온다’를 준비했습니다.
[진행자]
영상의 조회수도 굉장하고, 춤도 아주 유행을 했었죠. 범 내려온다, 이 곡은 판소리 수궁가의 어떤 대목을 재해석한 건가요?
[왕기석]
별주부가 토끼를 찾아다니다가 실수로 호랑이를 불러 호랑이가 내려와 별주부와 상봉하는 대목입니다.
[진행자]
우리나라의 이런 전통 이야기가 해학적인 요소가 있어서 너무 재밌는 것 같아요.
[왕기석]
판소리가 가지고 있는 생명력은 골계미입니다. 슬픈 대목이 나오면 그 다음 대목은 반드시 웃긴 대목이 나옵니다. 긴장과 이완이 계속해서 반복되는거죠.
[진행자]
그럼 이날치 밴드의 ‘범 내려온다’를 듣기 전에 먼저 수궁가 대목을 왕기석 명창의 소리로 만나보겠습니다.
[왕기석 명창 - 판소리 수궁가 中]
[진행자]
판소리 수궁가 한 대목 들어봤는데요. 이번에는 방금 명창님이 해주신 판소리 수궁가 대목을 대중음악으로 재해석한 이날치 밴드의 ‘범 내려온다’ 듣고 이야기 이어가겠습니다.
[이날치 밴드 - 범 내려온다]
[진행자]
이날치 밴드의 ‘범 내려온다’ 듣고 왔습니다. 판소리 수궁가의 한 대목을 현대적 감각으로 유쾌하게 해석해서 그야말로 글로벌한 관심과 사랑을 받았는데요. 왕기석 명창은 이 곡을 처음 접했을 때, 소감이 어떠셨나요?
[왕기석]
약간 어색한 느낌도 들었지만 자주 듣다 보니까 묘한 매력이 있더라고요. 마치 아주 오래된 것 같은데 약간의 중독성이 있는 노래라고 할까요?
[진행자]
전통판소리와 대중음악의 컬래버레이션, 다음은 판소리 다섯 마당 중에 어떤 판소리로 이어가 볼까요?
[왕기석]
심청가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진행자]
판소리 심청가, 소개해주시죠?
[왕기석]
심청가는 효를 주제로 하는 판소리입니다. 부친 눈을 뜨게 하려고 삼백석에 몸이 팔려 인당수 제수로 갔으나 환생 인간이 되어 황후가 되어 부친을 보기 위해 맹인잔치를 열어 아비와 상봉하게 되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진행자]
심청가의 백미를 꼽는다면, 어떤 부분일까요?
[왕기석]
역시 심봉사 눈 뜨는 대목이지요.
[진행자]
심청가를 재해석한 대중음악, 어떤 곡 만나볼까요?
[왕기석]
이희정 밴드의 ‘만좌맹인 눈을 뜬다’ 라는 노래 준비했습니다. 이 노래는 심봉사가 심청의 효성으로 눈을 뜨게 되는데 맹인잔치에 참석한 모든 맹인들이 모두 눈을 뜨는 해학적인 대목을 재해석한 노래입니다.
[진행자]
그렇군요. 그럼 이희정 밴드의 ‘만좌맹인 눈을 뜬다’ 곡과 관련된 판소리 심청가 대목을 명창님의 소리로 만나보겠습니다.
[왕기석 명창 - 판소리 심청가 中]
[진행자]
이번에는 방금 명창님이 해주신 판소리 심청가 한 대목을 대중음악으로 재해석한 이희정 밴드의 ‘만좌맹인 눈을 뜬다’ 듣고 이야기 이어가겠습니다.
[이희정 밴드 - 만좌맹인 눈을 뜬다]
[진행자]
전통판소리와 대중음악의 컬래버레이션, 심청가를 재해석한 이희정 밴드의 ‘만좌맹인 눈을 뜬다’ 빠른 장단으로 생동감이 느껴지는 곡 만나봤고요. 이번에 만나볼 전통판소리는 무엇인가요?
[왕기석]
의(義)를 주제로 한 적벽가입니다.
[진행자]
판소리 적벽가는 제가 알기로는 다른 판소리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는 것 같습니다.
[왕기석]
본래 이름은 화용도타령 인데요. 삼국지연의 중 적벽대전을 중심으로 하여 부르는 소리로, 내용이 유일하게 중국을 배경으로 하는 판소리입니다. 적벽가가 생소하기도 하지만 부르는 사람한테도 굉장히 어려움이 많습니다. 실존했던 중국의 역사적 인물들을 나열을 해야 해서 틀리면 안 되거든요.
[진행자]
저는 적벽가를 들으면 웅장함이 느껴지더라고요. 명창님께서 생각하시는 이 판소리의 백미는 무엇인가요?
[왕기석]
삼국지에 등장하는 장수들의 모습을 그린 소리로 적벽가의 백미는 군사 설움타령과 조조의 백만대군이 치열하게 싸우는 적벽대전 대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진행자]
그럼 적벽가를 활용한 대중음악, 소개부탁드립니다.
[왕기석]
김준수의 ‘대취타’입니다. 서울국립창극단에서 주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요즘 가장 핫한 젊은 소리꾼이죠. 다양한 곡들을 많이 만드는데, ‘대취타’는 적벽가 중 가장 극적인 대목 중 하나인 조자룡 활 쏘는 대목을 재해석한 노래입니다.
[진행자]
그럼 김준수의 ‘대취타’ 와 관련 있는 판소리 적벽가 대목을 왕기석 명창의 소리로 들어보겠습니다.
[왕기석 명창 - 판소리 적벽가 中]
[진행자]
판소리 적벽가 한 대목 들어봤는데요. 이번에는 방금 명창님이 해주신 판소리 적벽가 대목을 대중음악으로 재해석한 김준수의 ‘대취타’ 듣고 오겠습니다.
[김준수 - 대취타]
[진행자]
방탄소년단 슈가의 ‘대취타’를 ‘적벽가’와 결합한 김준수의 ‘대취타’ 만나봤습니다. 국악 후배들이 새로운 시도를 하고, 판소리 대중화에 앞장서는 모습을 보면 소감이 어떠신가요?
[왕기석]
오랫동안 판소리만을 전공해 온 소리꾼들은 새로운 음악이 만들어지는 것에 대해 부정적일 거라 생각하십니다. 하지만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음악이라는 것은 시대에 맞게 변화하고 새롭게 만들어질 때 비로소 생명력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후배들의 활동은 우리 국악과 판소리를 널리 알리는 매우 바람직한 일이라 생각하고, 한편으로는 참으로 대견스럽기도 합니다.
[진행자]
전통판소리와 대중음악의 만남으로 색다르면서도 흥미롭고, 우리 판소리가 훨씬 친근하게 느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전주대학교 한국고전학연구소 온다라인문학센터와 함께 우리 주변의 살아있는 이야기를 쉽고, 다양하게 즐기는 인문 클래스시즌 3 [왕기석 명창의 판소리 클래쓰!] 오늘은 제1강, ‘전통판소리 & 대중음악 컬래버레이션!’ 전북특별자치도 무형유산 판소리 수궁가 예능보유자 왕기석 명창과 함께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