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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꿀벌, ‘기후 위기’ 때문만은 아냐
2025-05-18 358
목서윤기자
  moksylena@gmail.com

[전주MBC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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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다가오는 20일은 UN이 정한 ‘세계 벌의 날’입니다. 인류의 지속성을 위해 반드시 보존되어야 할 벌의 가치를 알리기 위한 날인데요.


세계 주요 농작물 124개 가운데 87개의 수분을 맡고 있어 우리 농작물의 열매와 씨앗 형성을 담당하고 있지만, 해마다 30~40%의 꿀벌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따뜻해진 겨울, 들쑥날쑥한 날씨 등 기후 변화가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지만, 현장과 전문가의 목소리는 조금 다릅니다. 


◀리포트▶

장수군의 한 산길을 따라 9천여 그루의 아까시나무가 식재돼 있습니다. 


꿀벌 실종 등 양봉 산업의 어려움이 커지자 풍부한 꽃꿀과 꽃가루를 제공하는 밀원수를 대량 심은 것입니다. 


[이승관 / 전북특별자치도 산림정책팀장]

“밀원수를 심어 놓으면 벌들이 와서 꿀을 채밀할 수 있게끔 여건을 조성해 주는 거니까요. 꽃이 피어 있으면 벌들이 많이 오겠죠."


벌의 멸종위기 이유로 ‘기후 위기’가 지목되며 전국적으로 ‘밀원숲’ 조성이 추진되고 있지만, 꿀벌 집단 폐사 현상은 여전히 해마다 나타나고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 60-70 봉군을 유지하던 남원의 한 양봉 농가는 하루아침에 날벼락을 맞았습니다. 


인근 과수농가가 농약을 친 다음 날부터 멀쩡하던 벌들이 죽어 나간 겁니다. 


[목서윤 아나운서]

“월동기를 넘긴 벌들의 집단 폐사는 지난달, 불과 일주일 사이에 발생했는데요. 이 양봉 농가의 40%의 벌이 갑작스레 떼죽음했습니다.”


[황영철 / 피해 양봉 농민]

“이렇게 봄철부터 가을철 되기까지는 (날씨로) 그렇게 큰 영향은 안 받아요. 일시적으로 이렇게 많이 죽는 것은 농약 피해 아니면 아닙니다.” 


실제 전 세계적인 꿀벌 떼죽음의 주범으론 꿀벌의 산란, 비행 등을 교란하는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가 지목됩니다. 


소량도 꿀벌에게 치명적인 것이 증명돼 유럽연합과 미국 등은 사용을 금지했지만. 우리나라는 관련 법규가 없는 상황입니다. 


[이시혁 / 서울대학교 응용생활화학부 교수]

“분명히 이거는 잠재적으로 독성이 있는 약재인데 이 약재가 꿀벌에 과연 얼마나 자주 노출이 될까 여부에 대한 자료가 없어요. (집단 폐사와) 충분히 개연성은 있지만, 그 여부를 먼저 찾아내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지난 2022년, 78억 마리 꿀벌이 사라진 국내 첫 집단 폐사 이후 무분별한 농약 사용, 독성 약물 사용 등의 문제 의식이 높아지고 있지만, 정부의 대응은 여전히 벌통, 약품 지원 등에 머무르는 수준입니다.


[김종복 / 한국양봉협회 전북지회장]

“꽃이 지기 전에 농약을 하면 꿀벌한테 피해가 많아요. 우리는 양봉 농가들 차원에서 홍보를 많이 해요. 근데 이것을 국가적인 차원에서 좀 (나서줬으면 좋겠다)”


꿀벌이 사라지고 있지만 우리는 ‘기후 위기’라는 원인 뒤에 숨어 손을 놓고 있거나, 농약 의존도가 높은 농사법을 가볍게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시점입니다. 


지구 새로 봄, 전주MBC 목서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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