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MBC 자료]
◀앵커▶
전북처럼 특정 정당 지지세가 강한 지역에서는 당내 경선 결과가 곧 당선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언론사들의 여론조사가 그 시작점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세론과 낙인효과를 만들며 사실상 후보를 압축해가는 과정인데, 처벌의 수위가 높은 공직선거법은 정작 본선에 치중할 뿐, 여론조사를 왜곡하려는 시도를 효과적으로 규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론조사의 문제점을 다룬 기획 시리즈, 그 마지막 편입니다.
조수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4년 전 전주MBC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장수군수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당시 눈길을 끈 건, 후보별 적합도만이 아니었습니다.
[전주MBC 뉴스데스크 (지난 2022년 4월 14일)]
"장수 지역 여론조사 응답률은 54.3%로, 이번 나흘간 실시한 전체 단체장 후보 여론 조사 가운데서도 월등히 높은 응답률을 보였습니다."
이 같은 '이상 응답률'은 또 다른 언론사의 여론조사에서도 반복됐습니다.
그리고 수사와 재판을 거쳐 드러난 결론,
여론조사 과정에 조직적 개입이 수면 위로 드러났습니다.
판결문에 따르면 복수의 장수군수 후보 지지 세력은 여론조사 표본 추출 기준인 휴대전화 요금 청구지를 장수군으로 변경했고,
장수에 투표권이 없는 외지인까지 동원해 여론조사 응답에 참여시킨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사건으로 30여 명이 법의 판단을 받았습니다.
[경선 전 여론조사, '대세론 만들기']
더불어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전북에서는 당내 경선 결과가 사실상 본선 결과를 좌우합니다.
자연스럽게 경선 전, 누가 공천을 받을 가능성이 더 높은지, 동향을 살피기 위해 실시하는 언론사의 여론조사는 단지 참고용만이 아닌, 그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문제는 바로 이 지점입니다.
여론조사 자체의 허점을 악용할 경우 특정 세력에 의한 '가짜 대세론'이 만들어지고, 궁극적으로 경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겁니다.
실제 장수군 여론조작 사건 판결에 따르면, 경선을 앞두고 실시된 언론사 여론조사 5건과 민주당 경선 여론조사 1건에, 조작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됐습니다.
[박민규 교수/ 고려대 통계학과(전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함으로 인해서, 사람들이 앎으로 인해서, 선거의 투표 행위에 영향을 줄 수도 있는 부분이거든요. 집결 효과라든가, 이런 것들이 나타날 수도 있고요."
[업무방해 VS 선거법 위반]
언론사 여론조사는 이처럼 '대세론'을 형성하고, 경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사실상 단체장을 결정하는 일련의 과정, 맨 앞단에 위치해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경선이나 선거의 과정이 아니라는 이유로 '공직선거법'이 아닌, 형법상 '업무방해'로 다뤄지고 있습니다.
여론 왜곡에 의도적으로 관여했다 해도, 법적으로는 단지 언론사의 의뢰를 받은 여론조사 기관의 업무를 방해한 것으로 보는 겁니다.
따라서 선거관리위원회의 개입도 제한적입니다.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음성변조)]
"보통 (선관위) 수사의뢰는 공직선거법 저촉돼야 이제 의뢰를 하죠. (언론사 여론조사는) 선거법하고는 관계없어서 자체 종결해도 무방할 것 같은데요."
["여론조사 경선이 곧 당선"]
본선보다 더 중요한 경선 과정이 정작 애매한 '업무방해'로 의율되는 사이 후보를 선출하는 과정에서의 왜곡 시도는 갈수록 고도화되고, 조직화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재작년 군산 지역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차명 휴대전화, 이른바 '대포폰'을 수백 대 동원한 여론조작 사건이 드러났습니다.
선거캠프 차원에서 여론조사 진행 상황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며 특정 후보를 선택하도록 응답을 유도한 정황이 확인됐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가짜 대세론'이 공천으로, 나아가 당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
인구가 적을수록 그 영향은 더 크게 작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전북 A지역 예비후보(음성변조)]
"최근에 대포폰 (관련) 얘기 나오면서, 그런 거(여론조작) 하려면 몇 억 있어야 되고, 막 그런다고 그래요. 그 소문은 제가 최근에 들어봤는데.."
[조수영 기자]
"여론조사가 민심을 반영하는 도구인지, 아니면 민심을 만들어내는 수단이 되고 있는지, 근본적인 질문만 남긴 채 또 4년이 흘렀고, 민주당 경선은 이제 막을 내릴 채비를 하고 있습니다.
MBC뉴스 조수영입니다."
영상취재: 서정희
그래픽: 김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