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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발전 방해하면 제명.."주민 입 틀어막아"
2022-12-15 1164
정자형기자
  jasmine@j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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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마을 발전을 방해하는 자는 제명한다', '정기총회에 3회 불참하면 제명한다'.


어디에서 만든 규칙이길래 이토록 강압적일까요.


저희가 최근 보도한 마을 이장을 20년째 독점하며 이장이 마을 시설을 가로챈 남원의 한 마을. 바로 그 마을의 회칙입니다.


주민들의 입을 틀어막는 규정이라는 게 주민들의 불만인데, 남원시청은 어쩔수 없다고만 말합니다.


정자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부부가 번갈아 가며 20년째 이장을 맡고 있는 남원시 주생면의 한 마을. 


이장 부부가 마을 공동의 창고 건물을 차지해 사업장을 운영했고, 마을회관의 토지도 이장 가족들로 구성된 영농조합법인 명의로 바꿔놨습니다.


취재가 시작되자, 마을 이장은 제보자를 마을회에서 제명하겠다고 말합니다.


[이장 부부] 

"이번에 저 양반은 동네 제명 대상이 됐어요. 동네를 이렇게 만들어놨기 때문에 제명 사유가 된 거예요."


이장이 이렇게 자신 있게 제명을 말하는 이유. 바로 마을 회칙에 있었습니다.


'마을 발전을 방해하는 자는 제명한다'는 규정이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들의 부조리를 제보한 데 대해 동네를 망쳤다는 식으로 평가하며 마을 발전을 방해하는 자로 낙인을 찍는 겁니다.


이 밖에 마을 회칙에는 주민등록상 10년 이상을 거주해야 그나마 준회원으로 인정하고, 정기총회에 3회 이상 참석하지 않으면 제명한다는 규정도 있습니다. 


일부 주민은 마을 회칙에 문제가 많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장이 회칙을 들어 주민들을 압박하고 마을 일을 좌지우지했다는 겁니다.  


[마을 주민]

"기분 나쁘죠. 시골 분위기도 좋고 해서 이사 왔는데, 이런 조약들이 있으면 누가 이사를 오겠어요. (이장 부부 따르는) 할머니들은 이장이 무서우니깐." 


마을회칙이 강압적이지 않느냐는 질문에 남원시는 마을 회칙을 지자체가 직접 나서 관리와 감독에 나설 순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남원시 관계자]

"규약 자체를 참고로 가지고 있을 수는 있어도, 이렇게 하면 안 되고 저렇게 해야 된다. 이런 식으로 얘기를 못해요."


이에 대해 이장은 마을 회칙은 오래전 마을 뒷산을 주민들이 공동 소유하기 위해 만들었고, 거주 기간 규정은 오래 거주한 주민들과 새로 온 귀촌인들을 한 데 어울리게 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이장 부부는 마을 재산을 사유화한 사실이 보도되자, 오늘(15일) 이장직을 내려놓았고, 마을에서는 다음 달 보궐선거가 이뤄질 예정입니다. 


MBC 뉴스 정자형입니다. 


영상취재: 진성민

그래픽: 김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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