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주 MBC자료사진]
◀앵커▶
전북도청 고위직 공무원들은 비위 논란이 제기되면 통상 '대기발령'이란 조치를 받게 됩니다.
징계절차에 착수하기 앞서 일단 주어진 장소에서 일하란 건데, 대체로 재택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월급까지 꼬박꼬박 받아가며 재택 근무를 택한 대기 발령자들이 제출한 업무일지를 보면, 하나마나한 제도에 가까워 보일 지경입니다.
조수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전북도 인재개발원은 신규 공무원들의 교육을 책임지는 곳이지만, 최근 약 6개월 간 원장 자리가 공석이었습니다.
[전북도인재개발원장실 관계자(지난 4월)]
"(원장님 지금 계시나요?) 아뇨, 지금 공석이신 상황인데요. (그럼 이 방은 그냥 비어있는 건가요?) 네."
원장이 폭행 등 사생활과 관련된 비위 혐의로 수사를 받게 되자 '대기발령'을 받은 건데
당사자는 대기 발령 기간 대부분을 휴가 처리했고, 업무를 했다고 보고한 기간은 10여 일이 전부였습니다.
그런데 대기 발령지가 다름 아닌 해당 원장의 '자택',
고위직 봐주기 논란이 일 수밖에 없습니다.
[정종복 / 전북자치도의원(오늘, 도정질문)]
"꼼수의 여지가 있는 재택근무처럼 편의를 봐줄 것이 아닌, (중략) 강경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이에 대한 지사님의 견해는 무엇입니까?"
실제 집에선 무슨 일을, 어떻게 했던 걸까,
해당 원장이 전북도에 날마다 제출했던 업무일지들을 살펴봤습니다.
모두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정상적으로 재택·원격근무를 마쳤다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문서 작성 프로그램으로 내역을 살펴보면 영 딴판입니다.
원장이 작성한 상당수 업무일지들이, 업무를 시작하기도 전인 아침 7시와 8시 무렵 작성된 것으로 나옵니다.
이번엔 해당 원장이 재택근무를 시작한 지난 4월 14일에 보고한 서류,
심지어 나흘 앞서 최종 작성된 것으로 뜹니다.
해당 원장은 취재진과 통화에서 주어진 업무를 제대로 했고, 업무일지 역시 퇴근 시간에 맞춰 제때 제출했다는 해명,
문제는 월급도 거의 그대로인 고위직급 대기발령자에 대한 근태 관리가 형식적이고, 점검자가 아랫 사람이다보니 제대로 되기 어려운 구조란 겁니다.
[전북자치도 관계자(음성변조)]
"(대기발령된) 그 기간 동안에 전화를 한 기억은 있어요. '당연히 댁이시죠?' 이런 걸로 살짝 이제 확인을 하는 거죠."
전북도는 근태가 엄격하게 관리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보완책을 강구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MBC뉴스 조수영입니다.
영상취재: 김종민
화면출처: 전북도의회
그래픽: 문현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