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주 MBC자료사진]
◀앵커▶
고 최명희 작가의 예술혼을 기념하는 혼불문학상이 올해로 15회를 맞이했습니다.
올해 당선의 영예는 아동 성폭력 피해를 주제로 한 김아나 작가의 장편 소설 '우리는 4인칭의 아이들'이 안게 됐습니다.
피해자들이 더 이상 숨지 않는 세상을 바란다는 작가의 메시지와 함께 진심 어린 문장의 울림이 크다는 심사위원들의 평가가 잇따랐습니다.
정자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제15회 혼불문학상의 영예는 김아나 작가의 장편 소설 '우리는 4인칭의 아이들'에게 돌아갔습니다.
주인공인 10대 소녀들이 저마다 겪은 고통을 함께 치유해나가는 이야기로, 각 장마다 화자가 릴레이식으로 바뀌는 구조가 특징입니다.
특히 이목을 끈 부분은 주제입니다.
심사위원들은 '아동 성폭력'을 주인공들이 꾸는 꿈을 통해 선연하게 짚어냈고, 피해자의 목소리에 세심하게 귀 기울인 작품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은희경/제15회 혼불문학상 심사위원장]
"사실 이런 문제를 다루기가 쉽지 않은데, 자기만의 방식으로 화려한 이미지나 아름다운 문장, 세상과 소통이 되지 않는 어떤 미성년자만의 고립된 심리 상태 등을 패기 있게 다뤘습니다."
작가가 구축한 가상의 이야기임에도 본인의 신념이 있지 않으면 결코 나올 수 없는 문장들로 채워졌다는 평가도 이어졌습니다.
[최진영/제15회 혼불문학상 심사위원]
"문장과 문장마다 진심이 느껴졌어요. 이것은 소설을 잘 쓰기 위해서 쓰는 문장이 아니라 자기에게 확고하게 할 말이 있어서 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 자기의 언어와 믿음으로, 정말 자기 화법으로 쓴 소설이다."
올해 혼불문학상의 주인공인 김아나 작가는 지난 2023년 소설 '1990XX'로 등단한 이후 직장 생활과 소설 집필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작가는 이번 소설이 같은 고통을 경험한 독자들과 대화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습니다.
[김아나 작가/제15회 혼불문학상 당선자]
"아픔을 가진 아이들이 모여서 소통을 하게 되면, 거대한 공동체가 만들어진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그 공동체를 지칭할 수 있는 말은 3인칭을 넘어서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번 공모에도 국내외 5개 국가에서 총 322편이 접수되는 등 혼불문학상의 권위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여전함을 보여줬습니다.
아동 성폭력 피해자들이 연대하는 세상을 그린 당선작 '우리는 4인칭의 아이들'은 오는 10월 중 만나볼 수 있을 예정입니다.
MBC뉴스 정자형입니다.
영상취재: 조성우, 김종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