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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 쪼개기' 수혜는 단 '한 곳'.. 매년 2억 혈세 '낭비'
2025-07-30 556
허현호기자
  heohyeonho@gmail.com

[전주MBC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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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전북교육청은 특정업체 한 곳에 사업을 몰아줄 의도가 전혀 없었다며, '계약 쪼개기' 당시 혜택을 볼 수 있는 대상 업체가 두 곳이나 더 있었다고 해명하는데요.


하지만 취재진이 직접 확인해 보니 이들 업체는  교육청의 납품 조건을 맞출 수 없었던 업체들로, 실제로도 입찰에 참여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입찰 방식을 바꾸지 않고 기존대로 한꺼번에 구매했을 상황을 가정해 보면, 도교육청은 매년 2억 원 상당의 혈세를 더 썼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계속해서 허현호 기자입니다.


◀리포트▶

입찰 방식을 바꾸자마자 지역의 한 업체가 조달 계약을 2년 동안 싹쓸이하다시피 한 전북교육청의 교원용 노후 컴퓨터 교체 사업,


사업을 몰아줄 의도가 없었다는 교육청의 핵심 논리는, 문제의 '지역업체 가점'을 통한 수혜 대상 업체가 한 곳이 아니었다는 주장입니다.


실제 조달청 온라인 쇼핑몰에 전북 지역을 주소지로 등록한 데스크톱 컴퓨터 업체는 문제의 업체를 포함해 모두 3곳입니다.


[전북교육청 관계자]

"지역업체가 세 군데 정도 되는 걸로 알고 있고.. [다른 업체는 아예 (계약) 시도조차도 안 했던데요?] 제가 알기론 익산에 있는 업체도 했던 걸로 알고 있는데.."


목록에 나와있는 경쟁 업체 중 한 곳을 실제로 찾아가 봤습니다.


공장 문은 인기척 없이 굳게 닫혀 있고, 장맛비에 젖었던 흔적이 남은 우편물 더미만 우편함에 잔뜩 쌓여 있습니다.


[인근 공장 관계자]

"안 온 지가 좀 오래됐던데, 사람 안 온 지가.. [안 온 지가 오래됐어요?] 예. 예. 몇 달 된 것 같아요. 못 봤어요."


실제로 해당 업체는 영업난을 겪다 지난 6월 이미 폐업을 신고했는데, 전직 업체 관계자와 어렵게 연락이 닿았습니다.


규모가 영세하다 보니, 애초에 지역업체 가점이 적용되는 1억 원 이상 규모의 계약을 노릴 상황이 아니었다고 말합니다.


[조달업체 전직 관계자]

"제가 (교육청) 담당자를 만나봤었어요. 작년에. 우리는 왜 하나도 도와주는 게 없냐. 전라북도 지역업체이고, 지역업체 딱 두 개 있는데.. 조건이 안 맞는다는 식으로만 얘기를 해요."


또 다른 업체는 교육청이 요구하는 i7 수준 이상의 CPU를 탑재한 제품을 취급하고 있지 않아 납품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실제로 이들 두 업체는 지난 2년 동안 시군 단위로 진행된 '2단계 경쟁' 입찰에 단 한 번도 참여한 적이 없었습니다.


결국 입찰 방식 변경으로 무려 5점의 가산점 혜택을 받은 업체는, 이를 통해 계약을 싹쓸이할 수 있었던 문제의 업체 단 한 곳뿐이었던 것입니다.


입찰 방식을 특정 업체에 유리하게 변경하면서 전체 사업비 규모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조달청 쇼핑몰과 전북교육청 계약정보 페이지에 공개된 데이터를 종합해 추산해 봤습니다.


도교육청에서 컴퓨터 3,000대를 일괄 구매했던 2022년 구매 가격은 한 대당 91만 4,400원, 


당시 조달청 쇼핑몰 등록 가격 대비 81.8%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2023년부터 계약을 시군 단위로 쪼개고 난 뒤, 해당 업체의 싹쓸이 수주가 시작되면서 구입가격은 치솟았습니다.


남원과 김제 등 시군의 컴퓨터 단가는 105만 원 안팎으로 쇼핑몰 가격 대비 92% 수준,


규모가 1억 원 미만으로 소규모였던 무주와 진안 등은 무려 115만 원대 안팎으로 쇼핑몰 소매가격보다 오히려 비싸게 산 것으로 추산됩니다.


규정상 계약 금액이 5억 원 이상이면 20%까지 할인을 요구할 수 있는 반면, 3억 원 미만이면 10%밖에 요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2022년 할인율인 81.8%를 적용해 계산해 보면, 시군으로 계약 단위를 쪼개지 않았다면 2023년에는 2억 원, 지난해에는 1억 9천만 원 상당의 혈세를 절약할 수 있었을 것으로 추산됩니다.


이 같은 지적에 전북교육청은 "전체 17개 시도 중 7개 시도 교육청이 전북교육청과 같은 방식으로 입찰을 진행하고 있다"라며, "규정을 검토해 봤지만 문제 될 부분이 없었다"라는 입장입니다.


명분은 '지역 경제 살리기'였다지만 혜택을 본 업체는 단 한 곳뿐이었던 도교육청의 컴퓨터 구매사업.


덕분에 시민의 혈세 수억 원이 공중분해되고 말았습니다.


MBC 뉴스, 허현호입니다.


영상취재: 함대영

그래픽: 안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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