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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찾아온 '전주 얼굴없는 천사'.. 9천여만 원 놓고 가
2025-12-30 216
김아연기자
  kay@jmbc.co.kr

[전주MBC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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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연말이면 전주 노송동 주민센터에 현금을 놓고 사라지는 얼굴없는 천사가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왔습니다.


벌써 26년째 한해도 빠짐없이 매년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씩을 놓고가면서도, 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전혀 드러내지 않고 있는데요.


연말을 훈훈하게 하는 소식, 김아연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오늘(30) 오후 3시 43분, 전주 노송동 주민센터에 걸려온 한 통의 전화.


공무원이 된지 여섯 달 남짓된 한 직원은 해마다 이맘때면 나타나는 '얼굴없는 천사'의 목소리임을 직감했습니다.


[이병욱 주무관 / 전주 노송동 주민센터]

"평소와 같이 그냥 민원 응대 전화인 줄 알고 전화를 받았는데요. 박스 위치 말씀해주시면서 좋은 곳에 써달라고 그렇게 하고 바로 끊으셨습니다."


통화 속 남성이 일러준 위치로 가보니, 나무 뒤에 A4 용지 상자가 놓여있었습니다.


상자 안엔 이번에도 5만 원권 지폐다발과 돼지저금통, 그리고 편지가 담겨있었습니다.


모두 9004만 6천원이었습니다.


"2026년에는 좋은 일들만 있었으면 합니다. 건강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천사의 편지 속 문장들은 올한해를 묵묵히 버텨온 모든 이들에게 건네는 메세지처럼 느껴졌습니다.


[노동식 / '얼굴없는천사'축제 조직위원장]

"기다리고 있었거든요. 뜻밖에 또 이렇게 선물을 주시니까 저희 마을 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전주시 모든 분들이 흐뭇하고.."


얼굴없는 천사의 선행은 2000년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58만 4천원을 놓고간 것을 시작으로, 벌써 26년째, 27차례에 걸쳐 이어지고 있습니다.


[채월선 / 전주 노송동장]

"저소득층·취약계층 대상으로 저희가 세대당 한 20만 원씩 지원을 할 것이고요. 권역을 7개 동으로 확대해서 (지원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얼굴없는 천사가 놓고 간 기부금은 11억 3488만 2520원.


225명의 학생들에게 장학금이 전달된 것을 포함해 7천 2백여 세대가 천사의 나눔으로 외롭지 않은 겨울을 보냈습니다.


MBC뉴스 김아연입니다.


영상취재: 강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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