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Air
"제초작업 하다 말벌에 쏘여 사망".. 익산시장 대응도 '빈축'
2022-10-12 5168
조수영기자
  jaws0@naver.com
[선명한 화질 : 상단 클릭 > 품질 720p 선택]

◀ 앵커 ▶

지난주 익산시 소속 기간제근로자가 제초작업을 하다 말벌에 쏘여 숨지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취재결과 작업 지침과 다르게 '나 홀로 근무'하다 변을 당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고용노동부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조사할 예정인데, 유족들을 만나 수습에 나서려던 익산시장의 대처까지 논란이 예상됩니다.


조수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익산 시내의 한 어린이공원..


지난 5일 오후, 익산시청 기간제근로자 62살 박 모 씨가 이곳에서 제초 작업 도중 말벌에 쏘이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사고 현장입니다. 박 씨는 사고 직후 어지럼증을 호소하고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직접 119에 신고까지 했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공원 벤치에 누운 상태로 발견된 박 씨, 말벌에 수차례 쏘이면서 이미 위독한 수준을 넘어선 상태였고 끝내 숨졌습니다.


[소방 관계자]

"이미 심정지 상태였습니다. 호흡, 맥박이 없었습니다. (도착까지) 10분 이내인 것 같은데.."


[인근 주민]

"와 봤더니 여기 벌집이 있더라고요. (벌집은)119가 따갔어요. (언제 따갔어요?) 그 날."


지난 해부터 익산시청 기간제근로자로 공원 제초작업을 박 씨의 계약기간은 이번 달까지였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박 씨 차량에서 유품으로 발견된 익산시 작업 매뉴얼에는 예초기를 돌릴 땐 '작업보조근로자'가 거리를 두고 안전사고를 예방해야 한다고 돼 있습니다.


2인 1조 작업을 명시한 겁니다.


하지만 사고 당시 박 씨는 혼자였고, 119신고도 박 씨가 해야 했습니다.


[익산시 관계자]

"여러 명이 할 수 있지만 혼자서 하기도 해요. 꼭 2인 1조가 원칙인 건 아니고요."


박 씨 휴대전화에는 석 달 전에도 벌쏘임을 당했다며 담당 공무원과 문자를 주고 받은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럴 땐 119와 담당자한테 연락하라'는 형식적인 작업 매뉴얼은 박 씨를 지켜주지 못했습니다.


[박지현 /유가족]

"(아버지가) 7월에도 벌 쏘임 사고가 있어요. 그 뒤로도 지속적으로 벌집을 발견했다고 신고한 건이 또 있더라고요. 교육했던 건 벌에 쏘이거나 하면 즉시 119에 신고해라.. 제가 너무 분통이 터지는 거예요."

  

그런데 사용자 측인 익산시의 사후 대응이 유족들을 또 한 번 울리고 말았습니다.


사고 이틀 만에 정헌율 익산시장이 시청 직원들과 함께 빈소를 찾았는데, 유족들은 정 시장이 건넨 첫 마디에 당혹스런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고 말합니다.


[박지현 /유가족]

"(익산시장이) 오시더니 저희 유가족분들에게 처음 건넨 인사말이 '안녕하십니까?' 이거였어요. (장례식장에서) 인사말을 그런 식으로 전하지 않잖아요. 저희 유가족분들도 무슨 인삿말이 그러냐 했더니.."


정 시장은 위로나 사과는커녕 오히려 유족들에 불편한 심기를 내비친 뒤 자리를 박찬 것으로 전해졌는데..


공무원까지 시장을 감싸면서 유족들은 또 한 번 목소리를 높여야 했습니다.


- 유족: "옆에 비서관이 '아니 우리가 죄지었어?' 이렇게 하시면 그게 맞다고 보세요?"

- 익산시 관계자: "(익산시장이) '안녕하십니까' 하고 인사를 했잖아요. 예? 첫 마디를 그렇게 받아들이셔야죠."


정 시장은 유족인 줄 모르고 한 말이라고 밝혔습니다.


[정헌율 /익산시장]

"(인사말을 결례로 받아들이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아니, 그것은 내가 변명하고 싶지도 않고 이야기 해봤자 이상하게 전달될 거니까요. 일부 누가 화를 좀 내시길래 상주한테 인사하고 돌아왔습니다."


유족들은 정헌율 시장과 담당 공무원들을 직무유기 혐의로 고소할 예정인 가운데,


고용노동부는 익산시를 상대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기 위한 자료수집에 착수했습니다.


MBC 뉴스 조수영입니다.


- 영상취재: 서정희

- 그래픽: 김하늘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