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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억' 계획이라던 산악열차.."사업비 2배 더 들어"
2022-10-13 2691
허현호기자
  heohyeonh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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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남원시가 추진하고 있는 지리산 산악열차가 당초 계획보다 2배가량 사업비가 더 들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남원시는 민간투자 등을 통해 조달하겠다는 방침이지만, 현실성이 없는 데다 사업성이 과대평가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환경 파괴 논란 속에 부실한 사업 계획으로 혈세가 낭비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더해지고 있습니다.


허현호 기자입니다.


◀ 리포트 ▶

남원시가 지리산 산악열차를 추진하고 있는 지리산 인근 산악 도로.


'삼곡교'라는 36m 길이의 교량이 있습니다.


1970년대에 세워진 다리인데 32.4톤의 차량 하중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습니다.


계획대로라면 산악열차가 이 다리를 지나가야 하는데, 열차 1량의 무게는 46톤, 만차 기준으로는 54톤에 달해 설계 하중의 1.5배가 넘습니다.


이처럼 건설 예정 구간에 포함돼 있지만 설계 하중이 열차 중량에 못 미치는 다리는 3곳이나 됩니다.


교량 신설이 불가피하지만 남원시가 국토부에 제출한 기존 계획에는 관련 사업비가 없습니다.


[윤주옥 대표 /반달곰친구들]

"그 비용이 얼마나 들어갈지 아무도 모르는 거예요. 남원시에서도 그것과 관련해서는 전혀 예측하지 않았거든요. 경제적으로도 굉장히 문제이고, 공사의 과정에서도 이 국립공원에 살고 있는 이 동식물에게 피해가 있을 수밖에 없는 거죠."


도로 너비도 문제입니다.


1km의 산악열차 시범 구간이 들어설 도로 너비를 직접 측정해 봤습니다.


한 차선당 3.5m 가량으로 전체 너비가 7.2m에 불과합니다.


남원시 계획에는 양방향 차선을 그대로 두고 철도를 부설하기로 돼 있는데, 이렇게 하려면 최소 10.5m의 도로 폭을 확보해야 합니다.


당연히 도로를 넓혀야 하고 지금 계획에 반영돼 있지 않은 30억 원 수준의 추가 공사비가 필요합니다.


[윤주옥 대표 /반달곰친구들]

"훼손이 일어날 수밖에 없고, 그동안에 남원시가 얘기했던 것처럼 '본인들은 나무 한 그루 베지 않고 이 사업을 할 수 있다'라고 얘기한 것은 다 거짓말이라고...."


낙석 위험 표지판이 설치돼 있는 또 다른 구간,


도로 바로 옆으로 수십 미터 높이의 절벽이 서 있습니다.


산악열차가 이 구간을 지나게 된다면 낙석 방지 공사가 불가피하지만 마찬가지로 사업비에는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산사태 위험성 때문에 익산 국토관리청은 산악열차 계획과 별도로 우회도로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데, 남원시는 별 대책이 없습니다.


[익산 국토관리청 관계자]

"집중호우 기간 때 산사태도 계속 일어나고 그래서 현재 도로가 좀 위험합니다. 세월이 흐를수록 이제 균열이 조금씩 더 커지면서 그런 위험성이 조금씩 있는 거죠."


남원시 역시 이 같은 문제들 때문에 당초 계획했던 1,100억 원의 사업비보다 2배 증가한 2천억 원 정도가 소요될 것이라고 추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확보된 예산은 시범구간 사업비인 278억 원. 


남원시는 사업 초기 단계인 만큼 민간 투자와 국비 지원을 최대한 끌어오겠다는 입장입니다.


[남원시 관계자]

"기술적인 검토를 한 게 아니고, 이 사업의 타당성 분석만 했기 때문에 미터당 얼마 정도 들 것이다, 추정을 하고 연장을 곱한 수치밖에 안되거든요. 저희가 이제 시작하는 단계인 거예요."


국내 최초이자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기대 속에 추진 중인 지리산 산악열차. 


허술한 사업 계획서에 제대로 된 사업비 검증도 없이 추진되고 있어,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MBC 뉴스 허현호입니다.


- 영상취재: 권회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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