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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9 참사 분향소 철거?.. "추모·교훈의 공간도 필요"
2023-11-08 4001
정자형기자
  jasmine@jmbc.co.kr

[전주MBC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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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전주시가 풍남문 광장에 위치한 10.29 이태원 참사 분향소 자진 철거를 요청해 논란입니다. 


유족과 시민단체는 참사의 아픔을 헤아리지 못한 처사라며 추모공간으로서 남겨야 한다는 입장인데요. 


분향소를 철거해야 할 지, 기억의 공간으로 남겨야 할 지, 공방이 가열되고 있습니다.


정자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10.29 이태원 참사 유족들과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40여 명이 전주 풍남문광장 앞에 섰습니다. 


지난 5일 전주시가 광장에 위치한 분향소를 자진 철거해달라고 요청해 왔다는 겁니다.


참사 1주기 행사를 치른 지 고작 일주일 지난 시점에 찾아온 갑작스러운 철거 요청. 


아픔을 헤아리기는커녕 분향소를 추모공간으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울분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임나연 / 고 박초희씨 어머니]

"서로의 아픔과 어려움을 보듬고 위로하며 힘내서 어떻게든 버텨보고 살아보려고 하는 유가족들을 이렇게 처참하게, 위로할 수 있는 장소를 없애려 애쓰는지.."


참사 발생지인 서울시는 지난달 이미 서울광장 분향소 자진 철거를 요청한 상황. 


[오세훈 / 서울시장(10/16 서울시 국정감사)]

"되도록이면 자진철거를 유도할 생각입니다마는 마냥 1년, 2년 있을 수 없지 않습니까?"


전주시는 서울과 보조를 맞췄다며 평소 도시 미관 등을 이유로 철거해야 한다는 민원 또한 잦았다고 설명합니다. 


[허갑수 / 전주시청 도시정비과장]

"계속해서 철거를 요구하는 민원이 많아요. 그래서 그런 거 관련, 또 1년이 지나서 자진철거를 해달라고 요구한 사안입니다."


지난해 세월호 분향소를 두고도 계고장 발송과 행정대집행 직전까지 갈등이 격화된 바 있어 자진 철거 요청이 강제 집행으로 이어지지 않을 지 유족들은 불안해 하고 있습니다. 


시민사회에서는 분향소를 추모 공간으로 남기는 방안을 제시합니다.


참사 발생지와 직접적 연관성이 없더라도 시민들이 모여 추모할 수 있는 장소가 있을 때 사회 구성원간의 연대가 가능하다는 겁니다. 


[박천웅 교수 / 전북대학교 사회학과]

"슬픔을 공동체 일원으로 같이 보듬어주겠다, 이런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점을 기억할 수 있는 작은 공간이 있는 것은 그 자체로 의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추모의 공간이 철거해야 할 혐오시설인지, 아니면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교훈을 주는 의미 있는 장소로 남을 수 있을지 모두의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MBC뉴스 정자형입니다.


영상취재: 김종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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