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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공포 또 시작.. '예방적 살처분'만 반복
2023-12-10 4461
목서윤기자
  moksylena@gmail.com

[전주MBC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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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정체를 알기 어려울 정도로 다소 기괴한 이 모습은 2010년, 조류독감을 예방하기 위해 닭과 오리를 파묻은 땅의 3년 뒤 모습입니다.


이후 살처분 문제가 논란이 되자 정보 공개를 강화하면서 이제 잘 알려지지 않는, 하지만 어딘가엔 존재하고 있을 살처분 매몰지의 현실인데요.  


발생농장 주변에 원을 그려 반경 안 농가는 모조리 처리해버리는 ‘예방적 살처분’은 우리나라에서 시행하는 가장 강력한 가축전염병 예방책이지만 AI 발생은 이제 연례행사로 굳어가고 있습니다. 


매년 반복되는 막심한 피해와 적정성 논란에도, 방역 대책이 수십 년째 제자리걸음인 이유가 뭔지 알아봤습니다. 


◀리포트▶

익산의 한 산란계 농장. 


최악의 AI 피해를 겪은 2017년, 전국 최초로 예방적 살처분을 거부하는 소송을 제기해 가까스로 살처분을 면했지만 올해 다시 살얼음판을 걷게 됐습니다. 


지난 7일, 인근 두 곳의 종계 농장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하면서 예방적 살처분이라는 위협이 턱밑까지 들이닥쳤기 때문입니다. 


[익산 참사랑농장]

“언제 살처분 명령이 내려질지 모르잖아요. 이 상황이 미쳐버리겠는 거죠. 2017년에 그때 그 악몽이 다시 또 살아나고, 지금... 잠도 못 자겠고..."


[목서윤]

올겨울도 어김없이 발생한 AI는 추세가 심상치 않습니다. 4일 전남 고흥에 이어 사흘 만에 익산 2곳까지, 벌써 10만 마리 넘는 가금류가 살처분됐습니다. 


지난 10년으로 기간을 확대하면 무려 1억 마리 넘는 닭과 오리. 대부분은 확진 농가 인근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감염 여부와는 상관없이 ‘예방적’ 살처분된 가축의 수입니다. 


심지어 1급인 고병원성과 달리 3급 가축전염병으로 살처분 대상이 아닌 저병원성 AI도, 변이 ‘가능성’이 있다면 그대로 묻어버립니다. 


[윤종웅 한국가금수의사회 전 회장]

“가능성이 있다 하더라도 진짜 얼마나 가능성이 있냐, 고병원성 된다 하더라도 그때 가서 살처분 해도 상관없는 건데..1종 전염병이 아니거든요, 저병원성은.”


수십 년째 같은 예방책만 고수하는 이유, 


철새 도래지인데다 축사가 밀집해 있는 우리나라의 특성과 함께, 은연 중에 농가가 방역 지침을 지키지 않는다는 막연한 탓이 저변에 깔려 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

“국내는 좀 밀집돼 있잖아요. 옆에 다닥 붙어 있으니까 (예방적 살처분이 필요하고).. 전용 장화 착용하라 했는데 장화 신고 다 돌아다니고 동네도 다니고 뭐 이런 거죠. 기본적인 걸 안 지킨 분들이 많았어요.”


예방적 살처분은 농가 피해는 물론, 천문학적 경제적 손실, 환경오염, 생명윤리 경시 등 숱한 폐단을 일으키지만, 이처럼 참혹한 현실은 시간이 갈수록 오히려 묻히고 있습니다. 


방역과 보안을 이유로, 이제는 살처분 농가에 대한 정보 공개나 출입이 대중과 언론에까지 제한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살처분 업체 관계자] 

“여러 사람이 같이 일을 하다 보니 손발이 안 맞죠. 그럴 때, 살아있는 것도 집게 차로 집어서 (살처분 되는) 그런 상황이 있죠."


[이근행 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 소장 INT] 

“지금은 사실 거의 외국인 노동자들한테 외주 주다시피 모든 게 처리가 되잖아요, 현장은. 그냥 우리 눈에 안 보이게 만드는 게 오히려 방역행정은 잘한다고 얘기를 하는 거고요.” 


무고한 희생을 강요하는 폭력적인 살처분이 아닌, 대안이 필요하다는 현장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윤종웅 한국가금수의사회 전 회장]

“관료들이 결정하는 거라 새로운 도전을 원하지 않아요. 살처분이라는 방법이 사실은 300년이 더 된 방법이거든요. 지금은 그것만이 방법이 아니기 때문에..” 


땜질식 원 그리기 방역에 머물러 있는 한, 파괴적 살처분과 그로 인한 폐해의 굴레를 벗어나기 어려워 보입니다. 


지구 새로 봄, 전주MBC 목서윤입니다. 


사진제공: '묻다' (문선희 지음)

그래픽: 안희정

영상취재: 정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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