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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맛 좋았던 바나나는 이미 멸종? 두 번째 멸종 ‘경고’
2025-05-29 637
목서윤기자
  moksylen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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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서윤 아나운서]

환경 이슈에 대한 우리 지역민의 외침을 듣다. 지구별라디오, 현장의 메아리!


국내 환경 이슈 살펴보고 현장에서 도민의 생각도 들어보는 코너입니다.


현장의 메아리 윤성종 에코 리포터 나오셨습니다.


[윤성종 에코 리포터]

안녕하세요. 에코 리포터 윤성종입니다. 오늘은 바나나에 관해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목서윤]

바나나에 어떤 환경적 이슈가 있을까요?


[윤성종]

최근 기후 변화로 인해서 바나나 생산이 위협받고 있다고 합니다. 국제 구호단체 크리스천 에이드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 온난화와 극단적인 기상 현상, 병충해 증가로 인해서 2080년까지 라틴 아메리카와 카리브해 지역의 바나나 재배지 중 약 3분의 2가 재배가 힘들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현재 전 세계 바나나 약 80%가 말씀드린 지역에서 생산되고 있었는데요. 어떤 기후 변화로 인해서 이런 피해가 발생하게 됐는지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목서윤]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접하는 게 바나나 같아요. 저는 부모님께 옛날에는 바나나가 정말 귀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거든요. 60, 70년대에 어린 시절을 보내신 분들은 아마 비슷한 기억이 있으실 것 같은데요. 이렇게 귀하던 바나나가 언제부터 대중화될 수 있었던 걸까요?


[윤성종]

말씀하신 것처럼 옛날에 바나나는 정말 귀한 과일이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1972년부터 바나나 수입이 허용됐는데요. 과거 상류층들은 해외여행 기념품으로 공항에서 바나나를 선물로 사 오기도 했습니다. 귀하고 비쌌던 바나나가 관세 조정과 대량 생산을 거치며 대중적인 과일이 됐던 것이죠.


[목서윤]

지금은 바나나를 안 먹는 나라가 없는 정도인 것 같아요. 세계적인 소비 측면에서 본다고 하면 얼마나 대중화돼 있을까요?


[윤성종]

바나나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과일입니다. 밀, 쌀, 옥수수에 이어서 4번째로 중요한 식용 작물로 꼽히고 있고요. 약 4억 명 이상의 인구가 하루 섭취 열량의 최대 27%를 바나나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높은 식량 의존도를 봤을 때, 세계적으로 많이 소비되는 과일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목서윤]

세계적으로 봤을 때 영양소를 제공하는 상당히 중요한 작물이라는 거잖아요. 이렇게 중요한 바나나가 기후 변화로 인해서 재배지역 감소가 우려된다는 이야기인데요. 배경지식 차원에서 바나나가 자라기 위해 어떤 환경이 필요한 건지부터 알아볼까요?


[윤성종]

바나나가 잘 자라기 위해서는 따뜻하고 습한 고온 다습의 열대 기후가 필수인데요. 따뜻하고 습한 곳에서 잘 자라는 과일이니 무던할 것 같지만 의외로 바나나는 기후에 매우 민감한 과일입니다. 적정 온도가 20도에서 35도인데요. 기온이 15도 이하거나 35도 이상일 경우 성장 속도가 느려지는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목서윤]

요즘은 여름에 35도가 넘는 날이 많잖아요. 기후 변화로 인해 적정 온도를 벗어나게 되는 게 성장 속도를 저하하는 원인인 것 같은데요. 또 다른 취약점이 있다고요?


[윤성종]

우리나라도 종종 한 품종만 심어서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있잖아요. 바나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바나나의 품종은 수백 가지에 달하지만, 이 가운데 맛도 괜찮고 한기에 견디는 성질이 뛰어나며 산출량도 많은 ‘캐번디시’ 품종이 최근 들어 가장 널리 재배되고 있는데요. 그러나 기온에 민감한 특징과 캐번디시 쏠림 현상은 바나나의 유전적 다양성까지 저해해서 바나나가 기후 변화에 특히 취약하게 만들었습니다.


[목서윤]

현재 바나나 생산량은 얼마나 줄어드는 추세인지도 알아볼까요?


[윤성종]

유엔 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2023년 세계 바나나 생산량은 전년 대비 5.5%나 감소했는데요. 이는 기후 이상 현상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서 콜롬비아, 에콰도르, 코스타리카 같은 주요 생산국들은 엘니뇨로 인한 고온과 가뭄에 시달리며 바나나 수확 시기를 2개월에서 3개월 이상 늦춰야 했다고 합니다.


[목서윤]

수확 시기를 늦추고 생산량이 줄어들게 되면 바나나를 재배하는 농가들은 경제적인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겠어요.


[윤성종]

필리핀은 바나나 수출이 중요한 나라인데요. 하지만 기후 문제로 인해서 2019년 대비 수출량이 30% 이상 감소했다고 합니다. 바나나가 필리핀의 농업 GDP의 15% 이상을 차지하는 중요한 작물인 만큼 필리핀 농민들은 생계 위협을 직접적으로 체감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목서윤]

우리나라 반도체 시장의 GDP가 한 5% 정도 되는 걸로 알고 있거든요. 그렇게 생각하면 타격이 정말 어마어마할 것 같습니다. 이렇게 되면 자연스레 가격도 오를 텐데 그래서 최근 몇 년 새 우리나라에서도 바나나 가격이 그렇게 올랐나 봐요?


[윤성종]

사실 바나나는 값싼 과일의 대표주자였잖아요. 최근 2, 3년 새 가격이 20%에서 30% 이상 오른 경우도 많습니다. 유통 문제도 있겠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기후 위기로 재배지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인 거죠. 일부 국가에서는 고도가 높은 지역으로 농장으로 옮기고 있지만, 기반 시설이 부족하거나 토양이 부적합해서 생산성 저하가 우려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 때문에 앞으로 지속가능한 농업 방식 도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목서윤] 

앞서 바나나는 특이하게도 한 가지 품종만 대량 재배된다고 하셨잖아요. 그러면 병충해 같은 질병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데, 요즘 이런 문제도 심각하다고요?


[윤성종]

말씀하신 것처럼 바나나 생산량 감소 원인으로 꼽히는 다른 하나는 병해충입니다. 기후 변화가 병해충에게 영향을 주기 때문인데요. 먼저 강수량 변화로 인해 바나나 뿌리가 약해지고요. 그 틈을 타서 곰팡이 같은 세균이 쉽게 침투하게 되는 겁니다. 특히 가장 큰 위협은 TR4, 일명 열대균주 파나마병입니다. 이 병에 한 번 감염되게 되면 감염된 바나나뿐만 아니라 그 토양까지도 오염돼서 해당 토양은 수십 년 동안 바나나를 심을 수 없는 땅이 돼버립니다. 2019년 콜롬비아에서 TR4가 공식 확인된 뒤로 라틴아메리카 전역으로 퍼지게 됐고 지금은 중남미뿐만 아니라 아프리카와 동남아 일부 지역도 위협받는 상황입니다.


[목서윤]

기후 변화로 인해 이런 파나마병이 유행하면, 현재 재배되는 바나나 품종은 이에 대한 면역력 같은 게 전혀 없기에 멸종할 수도 있다는 문제점이 지적되는 것 같아요. 이게 진짜 심각한 일인 게 과거에도 바나나가 멸종된 전례가 있잖아요.


[윤성종]

많은 분이 모르고 계시지만 지금 우리가 먹는 바나나는 품종이 한 번 교체된 겁니다. 20세기 초반 전 세계에서 유통되는 바나나는 ‘그로미셸’이라는 품종이었는데요. 과육이 단단하고 보존성도 좋고 달콤한 맛까지 갖춘 최고 품질의 바나나로 평가받았습니다. 하지만 1900년대 초에 중미와 남미를 중심으로 ‘파나마병 TR1’이 퍼지면서 사태는 급변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이 파나마병은 토양을 통해 감염되고요. 치료법이 따로 없기에 감염된 땅에서는 수십 년 동안 바나나를 재배할 수 없어졌습니다.


[목서윤]

그로미셸 품종의 바나나는 결국 어떻게 됐을까요?


[윤성종]

1960년대까지 대부분의 그로미셸 재배지들이 병으로 초토화가 됐고요. 상업적 재배는 사실상 멸종에 가까운 상태로 전락했습니다. 이에 따라 다국적 바나나 기업들은 대체 품종을 찾기 시작했고요. 그 대체 품종이 지금 우리가 마트에서 보는 ‘카벤디시’인 겁니다. 카벤디시는 파나마병 TR1에 강해서 많이 재배되었었는데요. 하지만 현재, TR1의 변종 바이러스인 열대형 파나마병 TR4에 속수무책인 상태입니다. 결국 역사가 반복되고 있는 셈이죠.


[목서윤]

우리가 먹는 바나나는 산업화 이후 대량 수입된 바나나잖아요. 원래 이런 맛인 줄 알고 먹고 있지만 100년 전에 먹던 바나나는 훨씬 맛도 좋았다는 거죠. 문제는 이 품종도 똑같은 역사를 맞을 위험에 놓였다는 거죠. 많은 사람이 즐겨 먹는 바나나가 머지않은 미래에는 사라져 버릴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는 건데요. 여기에 대한 시민 분들의 생각도 들어오셨다고요?


[시민]

바나나가 없다고 생각하면 먹을 수 있는 과일이 많이 줄어든다는 느낌이 드네요. 바나나는 다른 과일들에 비해서 가격도 저렴한 편이고 양도 많아서 가성비가 좋다고 느끼는데 이런 바나나가 사라지면 장 볼 때 비용이 오를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목서윤]

가성비도 좋고,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바나나가 멸종되면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시민분들이 말씀하신 것 같은 불편이 생기겠지만, 특히나 바나나가 주요 식량인 나라에는 우리나라보다 큰 혼란이 있을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파나마병 때문에 품종이 사라지고 변종 바이러스가 등장하는 사례는 단순히 바나나만의 문제는 아니고 기후 위기 시대에 단일 품종에 의존하는 농업 시스템과 지속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은 거대 산업 구조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보여주는 일종의 경고 같기도 해요. 혹시 바나나 외에도 이런 사례가 있을까요?


[윤성종]

지금의 글로벌 농식품 산업 구조 자체도 지속 가능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고 있는데요. 일례로 아보카도, 커피, 카카오처럼 세계적인 수요가 몰리는 작물들은 한정된 생산지에 집중적으로 의존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특정 지역의 기후, 노동 환경, 물 자원 그리고 토양 문제에 과부하가 걸리게 되고 지역사회와 생태계에 심각한 영향을 주게 됩니다. 또한 이 작물들은 국내용 아닌 수출용 중심의 재배라서 생산국 주민의 식량 안보는 도리어 위협받기도 합니다. 단순히 먹거리를 지키기 위한 문제가 아니라 생태계 회복력, 지역 공동체의 지속 가능성 그리고 지구의 건강을 위한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목서윤]

현재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을까요?


[윤성종]

기후 변화와 병해충, 산업 구조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각 나라와 연구기관, 스타트업들까지 다양한 해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크게 보면 농업 시스템의 다변화, 푸드 테크 기술의 활용, 그리고 소비자 인식 변화라는 세 가지 축이 있겠습니다.


[목서윤]

그럼 첫 번째 대안부터 들어볼까요?


[윤성종]

첫 번째 대안은 종 다양성의 복원입니다. 지금처럼 단일 품종에 의존하기보단 전통 품종 즉, 재래종을 보존하고 재배하는 것이 중요한데요. 예를 들어 콜롬비아에서는 캐번디시 외에 지역 고유 품종 바나나를 유전자 다양성 확보 차원에서 현재 보존하고 있고요. 우리나라에서도 씨 없는 감으로 유명한 청도반시, 완주 옥수수, 강진 돌미나리처럼 지역 토종 작물을 살리는 로컬 푸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런 소규모 다품종 농업은 기후에 대한 회복 탄력성도 크고 생태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면서 지역 일자리도 함께 지키는 방식입니다.


[목서윤]

쉽다는 걸 이유로 다 똑같은 것만 키우다 보면 유전자 다양성이 너무 떨어지게 되잖아요. 국가와 국제적인 차원에서 연구가 이루어져야 할 것 같습니다. 또 다른 대안은 뭐가 있을까요?


[윤성종]

두 번째는 푸드 테크의 발전입니다. 푸드 테크는 직역하면 음식에 대한 기술력입니다. 최근에는 기후 대응 식품이라는 말도 생겼는데요. 대표적으로 대체육, 식물성 고기, 대체 커피, 인공 바나나 향 대체제 등이 있습니다. 스위스 스타트업 ‘플랜티드’는 완두콩 단백질을 활용해서 식물성 고기를 개발하고 있고요. 미국의 애터모 커피는 커피콩 없이 커피 맛을 내는 분자 대체 커피를 상용화했습니다. 이와 같은 푸드 테크와 더불어 스마트팜도 중요한 대안으로 꼽히고 있는데요. 기후에 영향을 받지 않는 수직 농장, 자동화 온실을 통해 물 사용량을 90% 이상 절감하고, 소규모 공간에서도 식량을 자급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한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목서윤]

그렇다면 소비자 차원에서도 할 수 있는 게 있을까요?


[윤성종]

우리 소비자들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보는데요. 소비자 한 명 한 명의 선택이 모여서 시장 구조를 바꾸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식품산업처럼 공급망이 길고 복잡한 분야에서는 소비자의 반응이 빠르게 반영이 됩니다. 예를 들어 공정무역 바나나, 지속 가능 커피 같은 인증 마크를 다들 한 번쯤 보신 적 있으실 겁니다. 이건 단순히 마케팅이 아니라 해당 제품은 생산 과정에서 환경을 해치지 않았고 노동자에게 정당한 대가가 돌아갔다는 사회적 약속이기도 합니다. 환경 위기 시대에 소비는 곧 투표이기도 한데요. 매일 하는 소비가 어떤 산업을 지지하고 어떤 가치를 후원하는지 한 번쯤 생각해 보는 것부터 변화의 시작일 것 같습니다.


[목서윤]

대량 생산 산업 구조의 문제점부터 다양한 관점 말씀해 주셨는데요. 당연한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경각심이 필요해 보입니다. 이제 마칠 시간인데요. 마무리 말씀 부탁드립니다.


[윤성종]

오늘 이야기는 기후 위기가 우리의 일상에 들어왔다는 신호인 것 같은데요. 이 위기는 기후와 농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환경은 거창한 말이 아니라 우리가 내일 뭘 먹을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이라는 말처럼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실천해야 할 것 같습니다. 관심을 가지고 올바른 소비를 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앞으로 지구별 라디오를 통해 함께 실천하시는 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목서윤]

기후 변화가 부추기고 있는 바나나 멸종과 관련한 소식 들어봤고요. 성종 씨와는 다음 주에 다시 또 인사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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