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숲 속에서 즐기는 '소풍 같은 영화제'를 표방한 무주산골영화제가 폐막했습니다.

올해로 어느덧 13회째.

무주군민보다 훨씬 많은 관객이 찾을 만큼 전국적인 관심도 커졌는데, 오히려 개막식은 사라지고 상영 기간은 줄었습니다.

그 속사정을 김아연 기자가 들여다 봤습니다.

◀리포트▶

진녹의 수목이 둘러싼 무주등나무운동장을 전국 각지에서 온 영화팬들이 가득 메웠습니다.

덕유산의 품 속에서 영화를 보는 낭만은, 이 영화제만의 대체할 수 없는 매력입니다.

올해 산골영화제를 찾은 관객은 3만여 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인구 2만 3천명이 채 안되는 소도시 무주에, 매해 영화제 기간 군 인구보다도 많은 관객들이 찾아 오고 있는 겁니다.

[이혜지, 허수정, 김혜진(지난 6일)]

"자고가는데, 친구가 저번에 갔던 맛집을 소개해줘가지고..(두부집이었나?) 거기 갔다가 또 낙화축제도 한다고 해서..."

젊은 관객이 대다수인데 무주까지 오는 대중 교통은 많지 않다보니, SNS를 통한 택시 품앗이나 버스 대절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심기섭]

""(돌아가는 차가) 지금 매진돼가지고 오전 차를 못 타고 지금 짜장면 먹고 오후 차 기다리는 중입니다.""

지역 상권은 들썩이고, 평균 체류 기간도 이틀 이상이어서 숙박업소마다 남는 방이 없을 정돕니다.

[유태선 / 카페 운영]

"엄청 밀렸습니다. 아침부터 문 열어서 6시까지 엄청 많이 몰려서, 6시 이후로는 영업을 거의 못했어요. 재료가 다 떨어져가지고..."

[강문호 / 피자집 운영]

"다른 축제 같은 경우는 먹거리 부스들이 엄청 많거든요. 이런 영화제 같은 경우는 먹거리 부스를 최소화하고 상권 살리려고 하는 것 같아서.."

극장 하나 없었던 무주에서 13회째 이어져온 무주산골영화제.

유료 관객 수도 1만 6천여 명으로, 부산과 전주, 부천에 이어 국내 영화제 가운데 네 번째로 올라섰습니다.

상위권 영화제들이 모두 60억 원 이상의 예산이 투입되는 대규모 영화제란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일만큼 티켓 파워와 브랜드 파워를 갖춰가고 있는 겁니다.

문제는 늘어나는 관객 수와 영화 애호가들의 관심에 비해 열악한 재정입니다.

무주산골영화제에 투입되는 도비와 시군비는 약 11억 원.

특히 국비는 부침이 심한데, 윤석열 정부의 문화예술예산 삭감 여파로, 지난해에는 국비 지원이 0원으로 뚝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올해도 예산 부족 등으로 영화제 기간을 기존 닷새에서 사흘로 줄었고, 시그니처였던 '그린카펫' 행사도 생략했습니다.

당장 내년 예산이 어떻게 될 지 알 수 없다보니, 매년 영화제 준비에 애를 먹고 있습니다.

2000년에 출범한 전주국제영화제는 초기 부침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의 사랑과 정부·지자체 지원에 힘입어 전주 영화의 거리와 한옥마을의 성장을 견인하는 등 지역의 대표 문화 콘텐츠로 자리잡았습니다.

햇수로 10년을 넘긴 산골영화제, 커진 위상에 걸맞는 고민이 필요해보입니다.

MBC 뉴스 김아연입니다.

영상취재: 조성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