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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클래스M] 판소리에도 '스타일'이 있다 Ⅱ
2025-07-05 63
류동현기자
  donghyeon@j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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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가 전승되면서 전승 계보에 따라 판소리 특성의 차이를 ‘유파’라고 하는데요.


판소리 유파는 크게 동편제, 서편제, 중고제로 구분됩니다.


그러다 후대로 이어지면서 지역적 기준보다는 판소리 창자 개인을 기준으로 나뉘거나, 가문을 중심으로 유파를 분류했는데요.


현대의 판소리 유파는 어떻게 나뉘고, 어떤 유파가 생겨났을까요?


인문 클래스시즌 3 [왕기석 명창의 판소리 클래쓰!] 오늘은 ‘판소리에도 스타일이 있다 Ⅱ’, 판소리의 유파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전주대학교 한국고전학연구소 온다라인문학센터와 함께 우리 주변의 살아 있는 이야기를 쉽고, 다양하게 즐기는 인문 클래스 시즌 3 [왕기석 명창의 판소리 클래쓰!] 40여 년 소리꾼의 길을 걸어온 시대의 명창, 왕기석 명창과 함께합니다. 안녕하세요.


[왕기석]

안녕하세요. 전북특별자치도 무형유산 판소리 ‘수궁가’ 예능보유자 소리꾼 왕기석입니다.


[진행자]

인문 클래스 시즌 3 [왕기석 명창의 판소리 클래쓰] 다섯 번째 시간인데요. 어떤 이야기로 채워볼까요?


[왕기석]

오늘은 일제강점기 이후에 판소리 유파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진행자]

판소리 유파 이야기를 나누기 전에 판소리는 우리나라 국가무형문화재이기도 하고, 지난 2003년에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는데요. 판소리의 어떤 가치를 인정받은 건가요?


[왕기석]

판소리는 잘 아시다시피 소리꾼 한 명이 고수의 북 반주에 맞춰 소리를 하는 전통 예술이에요. 단순한 음악이라기보다는, 서사가 있는 내용을 노래와 연기로 표현하는 음악극이죠. 그래서 이런 예술적 가치와 전통성을 인정받아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습니다.


[진행자]

판소리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을 때, 소리꾼으로서 소감이 남다르셨을 거 같은데요. 당시 소감이 어떠셨습니까?


[왕기석]

정말 가슴이 벅찼죠. ‘앞으로도 우리 판소리가 세계 어떤 훌륭한 음악과도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실제로 판소리는 2003년에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고요, 저는 그 이듬해인 2004년에 독일 베를린과 함부르크에서 5시간 동안 심청가 완창 공연을 했어요. 당시엔 국내에서 큰 관심을 받지 못하던 때라, ‘밖에서 먼저 인정받고 오자’는 마음으로 간 거였죠. 그런데 현지 반응이 정말 대단했어요. 그 공연을 보러 온 분들이 전부 현지인이었고, 다들 티켓을 끊고 자발적으로 온 관객이었는데요, 공연이 끝나고 10분, 길게는 15분 넘게 기립박수를 보내주는 거예요. 그때를 계기로 2006년에도 다시 독일 베를린, 슈투트가르트, 이탈리아 밀라노, 토리노에서 수궁가 완창 공연을 했고, 2009년엔 8일 동안 독일의 함부르크, 뮌헨, 칼스루의 국립음대에서 수궁가 완창 공연을 세 번이나 했습니다. 그때마다 반응이 너무 좋아서 ‘우리 판소리가 정말 인정받을 수 있겠다’ 라고 느꼈습니다.


[진행자]

판소리 유파를 알아보는 두 번째 시간입니다. 본격적으로 시작해볼 텐데요. 지난번에 동편제, 서편제, 중고제로 나뉘는 판소리 유파를 알아봤고요. 오늘 다룰 판소리 유파, 판소리 스타일의 기준은 무엇인가요?


[왕기석]

동편제, 서편제, 중고제의 큰 틀을 벋어나 일제강점기 이후 많은 명창이 활동하며 자기만의 독특한 소리 양식, '더늠'을 만들어 부르게 되죠.


[진행자]

그렇군요. 그렇다면 이번엔 판소리 창자의 특징에 따라 나뉘는 '판소리 유파'에 대해 이야기해볼까요? 먼저 어떤 유파부터 살펴보면 좋을까요?


[왕기석]

먼저, '만정제'를 만나보겠습니다. 여기서 '만정'은 바로 김소희 선생님의 호인데요, 그래서 이분의 소리제를 만정제라고 부릅니다.


[진행자]

만정제 판소리는 어떤 특징이 있습니까?


[왕기석]

만정 김소희 선생님은 고창 흥덕 출신의 명창으로, 국가무형문화재 춘향가 보유자로 지정되신 분입니다. 이분은 동편과 서편, 양쪽 계열의 스승들에게 소리를 배우셨고, 이를 당시의 스타일에 맞게 재구성해 자신만의 소리로 완성해냈죠. 스승으로는 송만갑, 정정열, 박동실 같은 당대의 걸출한 명창들이 계셨고요. 그 덕분에 만정제는 동, 서편의 소리 특징을 고루 갖춘 더늠이 되겠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판소리에 대해 이야기를 듣다 보면, 종종 '더늠'이라는 단어가 자주 나오더라고요. 이 더늠이라는 건 과연 뭘까요?


[왕기석]

앞서 잠깐 언급했듯이, 소리꾼마다 장기 대목, 그리고 명창들마다 자기만의 독특한 목소리나 성음이 있잖아요? 그런 자기만의 독특한 소리를 만들어내는 것을 '더늠'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덜렁제' 같은 것도 더늠의 한 종류죠.


[진행자]

정말 대단하네요. 그렇다면 만정제 판소리를 구성한 김소희 명창은 몇 살에 소리에 입문하셨고, 또 어떤 분이었는지도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을까요?


[왕기석]

김소희 선생님은 굉장히 어린 나이에 소리에 입문하셨어요. 1920년대 후반부터 소리를 배우기 시작했고, 1964년에는 지금은 국가무형유산이라고 불리지만 당시에는 중요무형문화재였던 춘향가의 보유자로 지정되셨죠. 그런데 이분은 소리뿐 아니라 시조도 배우셨고, 무용에도 능하셨어요. ‘덧배기춤’이라고, 굉장히 역동적인 춤인데 그걸 정말 멋지게 추시기도 했죠. 그리고 국악협회 이사장을 지내셨고, 지금의 국립전통예술중고등학교 설립에도 큰 역할을 하신 분이에요. 저도 개인적으로 선생님을 많이 뵙고 지도를 받았는데요, 성격은 굉장히 냉철하셨고 때로는 굉장히 무서웠어요.


[진행자]

그렇군요. 확실하고 완벽을 추구하는 분이셨네요. 그럼 이제 만정제 판소리 유파의 소리를 만나볼 텐데요. 판소리 다섯 마당 중에 어떤 판소리, 어떤 대목을 들어보면 좋을까요?


[왕기석]

김소희 선생님이 부른 쑥대머리 대목을 만나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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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원) 김소희 명창 - 춘향가 中 '쑥대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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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먼저 만정제 판소리, 김소희 명창의 소리로 만나봤는데요. 김소희 명창의 계보를 잇는 소리꾼은 누가 있을까요?


[왕기석]

현재 국가무형유산 판소리 춘향가 보유자로 계신 신영희 선생님을 비롯해, 안숙선 명창, 그리고 영화 서편제에서 주인공을 맡았던 오정해 씨 등이 만정 김소희 선생님의 제자들입니다.


[진행자]

그렇군요. 그럼 판소리 스타일 이어가 볼까요? 이번에 만나볼 판소리 유파는 무엇일지 궁금하네요.


[왕기석]

네, 이번에는 '동초제'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동초제는 동초 김연수 선생님의 소리제입니다.


[진행자]

동초제 소리의 특성은 무엇인가요?


[왕기석]

동초제는 김연수 명창이 1930년대 초에 5명창인 송만갑, 유성준, 정정열 등에게 배운 소리를 바탕으로 자신의 판소리 이념에 맞게 만든 소리예요. 사설의 정확성과 합리성 그리고 연극적 면모와 다양한 기교를 고루 섞어 만든 소리가 바로 동초제가 되겠습니다.


[진행자]

동초제의 시조인 김연수 명창은 어떤 분이었습니까?


[왕기석]

1907년 고흥 거금도에서 출생을 하셨고요. 판소리계의 지식인으로 신식 교육과 한학에 조예가 깊어 판소리 다섯 바탕의 사설을 재정립을 하셨어요. 조선성악연구회와 김연수 창극단을 만들어 활동하셨고, 제가 근무했던 초대 국립창극단 단장을 역임하셨습니다. 1964년에는 국가무형문화재 보유자로 지정되셨고, 1974년에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개인적으로 예술적인 고집이 굉장히 세셨던 분이십니다.


[진행자]

그럼 동초제는 어떤 명창의 소리로 만나볼까요?


[왕기석]

동초제 하면 가장 뛰어난 소리꾼이셨던 오정숙 명창의 흥보가 중 박타는 대목을 준비를 했습니다.


[진행자]

동초제 판소리, 오정숙 명창의 소리로 흥보가 중 박 타는 대목 만나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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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원) 오정숙 명창 - 흥보가 中 '박 타는 대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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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오정숙 명창의 소리로 동초제 소리 만나고 왔습니다. 명창님, 동초제 소리의 맥을 잇는 명창은 누가 있을까요?


[왕기석]

동초제는 특히 전북 전주를 중심으로 많은 소리꾼들이 활동을 하고 있거든요. 그중에서는 작고하신 오정숙 선생님, 이일주 선생님이 계셨고, 현재는 조소녀 선생님, 장문희 명창 등이 그 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진행자]

만정제와 동초제 시조와 소리의 특성 만나봤고요. 이번에는 어떤 판소리 스타일 소개해주실까요?


[왕기석]

우리가 흔히 '강산제'라고 부르는데요, 이 강산제는 바로 박유전 선생님의 소리제를 말합니다.


[진행자]

강산제 소리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왕기석]

강산제는 서편제에 속하기 때문에, 음색이 부드럽고 애절한 느낌이 강해요. 서편제의 특성을 가장 잘 담고 있는 소리라고 보시면 됩니다.


[진행자]

강산제는 서편제 특성을 담고 있는 유파군요. 그럼 강산제 창시자인 박유전 명창은 어떤 분인가요?


[왕기석]

박유전 명창은 순창에서 출신이세요. 그러다가 말년에는 전라남도 보성군 웅치면에 거주하시면서 제자들을 가르치셨어요. 무엇보다 특별한 점은, 대원군에게 총애를 받았던 명창이라는 겁니다. 대원군이 박유전 선생님의 소리를 듣고 "네 소리는 천하 제일, 강산이라!" 하시면서 직접 '강산'이라는 호를 내려주셨다고 합니다.


[진행자]

호를 스스로 짓는 경우도 있지만, 이렇게 대원군이 지어줬다니 정말 특별한 경우네요.


[왕기석]

네, 정말 대단한 일이죠.


[진행자]

엄청나네요. 강산제 소리는 어떤 명창의 소리로 만나보면 좋을까요?


[왕기석]

성창순 명창의 심청가 중에서 가장 백미인 눈 뜨는 대목을 만나보도록 하겠습니다.


[진행자]

강산제 판소리, 성창순 명창의 소리로 만나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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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원) 성창순 명창 - 심청가 中 '심봉사 눈 뜨는 대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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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강산제 판소리는 성창순 명창의 소리로 만나봤습니다. 강산제 소리 계보는 이어지고 있을까요?


[왕기석]

박유전 선생님을 시조로 해서 정재근, 그 아들이신 정응민 선생님, 그리고 손자인 정권진 선생님까지 3대에 걸쳐이어져 내려왔고요. 또한 유명한 명창 중에서 조상현 명창, 성창순 명창, 성우향 명창 등으로 강산제의 소리가 쭉 이어져 내려왔습니다.


[진행자]

판소리 스타일, 지금까지 만정제, 동초제, 강산제까지 만나봤습니다. 이번에는 어떤 판소리 유파를 만나볼까요?


[왕기석]

이번에는 '미산제', 박초월제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진행자]

박초월 명창이 시조인 미산제에는 어떤 특징이 있을까요?


[왕기석]

박초월 선생님은 남원 운봉에 거주하셨고요. 송만갑, 김정문, 정광수 명창을 사사를 하셨습니다. 동편과 서편의 특성을 잘 살려서 자기만의 색깔로 승화시킨 소리가 바로 미산제가 되겠습니다.


[진행자]

알겠습니다. 박초월 명창의 소리 인생도 상당히 궁금한데, 어떤 소리꾼이었을까요?


[왕기석]

저로 따지면 할머니 뻘 되는 분이세요. 저희 스승님의 스승님이시니까. 박초월 선생님은 선천적으로 판소리의 최고의 '천구성'을 지니고 계셨던 명창 선생님이세요. 1930년 전주에서 열린 전국 남녀 명창대회에서 1등을 차지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고, 이후 서울로 올라와 조선성악연구회에서 활동하셨어요. 광복 이후엔 창극 운동에도 활발히 참여하셨고요, 향사 박귀희 선생님, 그리고 앞서 이야기한 만정 김소희 선생님과 함께 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 전신인 한국민속예술학원을 설립해 교사로도 활동하며 많은 후배들을 양성하신 분입니다.


[진행자]

그렇군요. 본인의 소리를 가꾸는 것 이외에도 많은 후학들을 남기고 기르기 위해서 이렇게 노고한 부분은 정말 멋있는 것 같아습니다. 자 그럼 미산제 소리 한 대목 만나보겠습니다.


[왕기석]

미산제 대목은 저의 스승님이신 남해성 명창의 수궁가 중 토끼화상 그리는 대목을 준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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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원) 남해성 명창 - 수궁가 中 '토끼화상 그리는 대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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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미산제 판소리, 남해성 명창의 소리로 만나봤습니다. 미산제는 어떤 소리꾼들을 통해 계승되고 있나요?


[왕기석]

앞서 소리를 들려주신 저의 스승이신 남해성 명창, 이 지역에서 활동하고 계시는 조통달 명창, 또 김수연 명창, 전정민 명창, 그리고 저 왕기석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진행자]

명창님은 미산제 판소리 유파셨군요. 판소리 명창의 호를 딴 판소리 스타일을 만나봤는데요. 그밖에 어떤 판소리 유파가 있습니까?


[왕기석]

이 밖에도 정광수제, 박봉술제, 임방울제 등 여러 가지가 있죠. 그래서 보통 자기 이름으로 더늠을 만드신 선생님들이 활동을 많이 하셨죠.


[진행자]

그렇군요. 그럼 나중에는 왕기석제도 하나 나올 법한데, 어떻습니까?


[왕기석]

열심히 노력해서 제자들한테 제 더늠을 한번 남겨보도록 하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광복 이후, 개인 창자를 중심으로 판소리명창의 호를 딴 판소리 유파를 만나봤는데요. 판소리 스타일을 짚어보는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전주대학교 한국고전학연구소 온다라인문학센터와 함께 우리 주변의 살아 있는 이야기를 쉽고, 다양하게 즐기는 인문 클래스 시즌 3 [왕기석 명창의 판소리 클래쓰!] 제5강 ‘판소리에도 스타일이 있다 Ⅱ’ 전북특별자치도 무형유산 판소리 수궁가 예능보유자 왕기석 명창과 함께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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