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이 참 좋다] 전주MBC 2025년 07월 23일](/uploads/contents/2025/07/304894a032bea6781ba371261659941e.png)
![[전북이 참 좋다] 전주MBC 2025년 07월 23일](/uploads/contents/2025/07/304894a032bea6781ba371261659941e.png)
[전주MBC 자료사진]
◀앵커▶
지방자치단체가 2천만 원 이상의 사업을 진행하려면 현행법에 따라 원칙적으로 경쟁 입찰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무려 2억 원이 넘는 전주 종합경기장 철거 공사에 대한 감리 용역은 왠일인지 수의계약으로 진행됐습니다.
어떻게 가능할 수 있었는지, 그 과정을 추적해봤더니 사실상 근거 없이 끼워맞춘 정황이 역력해 특혜 의혹이 커지고 있습니다.
김아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해 말부터 철거 공사가 진행된 옛 전주 종합경기장.
현재는 철거 작업이 대부분이 끝났고, 조만간 컨벤션센터가 착공될 예정입니다.
전주에서는 이례적으로 큰 규모의 철거 공사였는데 이 공사의 감리를 맡은 건 A 건축사 사무소.
그런데 해당 업체는 선정될 당시, 설립된 지 1년 남짓된 회사였습니다.
[김아연 기자]
"전주 최대 규모의 종합경기장 철거 공사의 감리자로, 해체 공사 감리 실적도 전혀 없던 신생 업체가 선정된 겁니다."
전주시는 이 감리용역을 '수의계약'으로 진행했습니다.
계약 금액은 2억 4천여 만원.
지방계약법상 계약금액이 2천만 원을 넘으면 경쟁입찰을 붙이는 게 원칙이지만, 해당 업체는 예외가 인정됐습니다.
특정인의 기술·품질이나 경험·자격이 반드시 필요한 경우, 2천만 원이 넘어도 수의계약을 할 수 있다는 규정이 적용된 겁니다.
다른 업체와 경쟁 자체가 필요없을 정도로 해당업체가 독보적으로 가졌다는 자격은 무엇일까.
다름 아닌 해당 업체가 종합경기장의 해체계획서를 작성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전주시청 관계자]
"(해당 공사가) 구조가 복잡하고 위험성이 높다고 해서 이 해체 계획서를 작성한 자한테 이거를 지정을 해 주신 거죠."
해체계획서 작성을 위한 용역 금액은 1천 9백만 원 상당으로 수의계약 대상이었는데, 해당 업체가 이 보고서를 작성했다는 사실이 대규모 공사를 경쟁 입찰도 없이 따갈 수 있었던 근거가 됐습니다.
결국 천9백만 원짜리 수의계약이 2억4천만 원짜리 공사까지 수의계약으로 만드는 마법이 펼쳐진 것입니다.
그렇다면 해체계획서를 작성한 업체가 반드시 감리를 해야하는 것일까?
아닙니다.
실제 지난 2020년 이후 전주시내에서 진행된 해체공사 가운데, 해체계획서 작성자와 감리자가 일치하는 경우는 10% 남짓에 불과합니다.
[건축사 B씨]
"해체계획서 작성한 사람이 반드시 감리 안해도 돼요. 해체감리 안해도 돼요. 수의계약을 2억 넘어도 해주나요? 이상한데, 그거는."
[건축사 C씨]
"공사 설계를 한 사람한테 감리 우선권을 주는 거나 똑같아요. 제대로 공사 감리를 안할 수 있다 그래서 가능하면 감리 때 배제를 해요. 해체공사 계획서를 작성한 사람은 오히려 감리를 안해야된다고 보는 게.."
설사 우대사항이 될 수 있다하더라도, 그것이 곧바로 수의계약의 근거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결국 전주시가 특정업체를 위해 법 조항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무리하게 계약을 진행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짙어지는 상황.
해당 업체를 누가 처음 지목했는지에 대해서는 관련 부서의 증언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전주시 /종합경기장개발과 관계자]
"허가 부서잖아요, 건축과가. 그 부서에서 법이나 조례에 따라서 이 업체를 선정을 해서 저희한테 지정 통보를 해줬거든요."
[덕진구청 건축과 관계자]
"(실무) 부서에서 요청이 있었어요.이 건축사 사무소가 설계를 했던 건축사니 감리도 할 수 있게끔 좀 지정을 해달라는 요청이 있었긴 했었는데 저희가 이렇게 검토를 하면서.."
문제의 감리를 맡은 A건축사 사무소는 전주리사이클링타운 등 전주시 주요 사업에 빈번하게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는 모 건설사의 부사장 김 모 씨가 만든 업체입니다.
김 씨는 전주시가 운영하는 건설관련 위원회만 5개에 민간위원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고, 시장공약평가단으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MBC 뉴스 김아연입니다.
영상취재: 강미이
그래픽: 문현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