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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화에 새긴 '태극기'..승려들의 '항일정신'
2023-03-01 252
조수영기자
  jaws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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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남원의 한 천년고찰에서 일제강점기에 그려진 태극기가 발견돼 근대문화재 추진과 함께 관련 연구가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보일 듯 말듯 탱화 속에 숨겨진 태극기는 3.1절을 맞아 의미를 더하고 있는데요, 


일제의 민족말살에 저항한 승려들의 항일정신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조수영 기자입니다.


◀리포트▶

통일신라시대 도선국사가 창건한 남원 선원사 명부전.


생전에 지은 죄를 심판하는 심판관 10명을 그린 '지장시왕도'가 걸려 있습니다.


왼쪽 한 켠으로 깃털부채를 든 대왕의 검정색 관모가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건곤감리 4괘가 선명한 이것, 이 사찰 주지스님이 처음으로 발견했다는 태극기입니다.


[운문스님 / 남원 선원사 주지]

"(기도하다가) 지장보살님 딱 뵙는데 뭐가 이상하더라고요, 느낌이. 느낌이 이상해서 쭉 봤더니 태극기가 있는 거예요."


탱화가 제작된 건 일제 강점기인 1917년.


대한제국 외교관 이응준이 만든 최초의 태극기와 판박이 수준인데, 보기드물다는 반응입니다.


[김창균 / 전 한국불교미술협회 회장]

"태극문양은 통일신라 시대 때 탑에서 보이고 있거든요. 이렇게 태극기 형태를 갖춘 예가.. 제가 아주 보기 어려웠다는 이야기죠."


가로 8.5cm, 세로 3cm의 작은 태극기를 원근법과 구도를 무시해가며 그려넣은 게 특징.


태극기를 강조하는 의도를 대놓고 드러낸 셈인데, 탱화의 내력이 적힌 글귀에서 의중을 가늠해볼 수 있습니다.


그림이 그려진 건 '대정(大正) 6년', 일본 다이쇼 일왕의 연호를 써야 했던 치욕스럽고 동시에 엄혹한 시대였습니다.


제작 총책임자를 뜻하는 '증명(證明)'을 맡은 승려는 '진응혜찬'으로,


만해 한용운 선생과 함께 일제의 조선불교 말살에 맞선 불교계 독립운동가입니다.


7명의 승려도 화가 명단에 이름을 올려 서슬퍼런 일제 탄압에 다같이 맞서겠다는 꼿꼿한 항일정신이 느껴집니다.


[운문스님 / 남원 선원사 주지]

"그때 당시에 발견됐다면 아마 이 절도 없을 거예요. 그런데 태극기를 그렸다는 것은 엄청난 의지가 있었던 것이고.."


최근 완주 화암사 등 전라북도내 3개 사찰에서도 일제강점기에 그려진 탱화에서 태극기가 보고되며 관련 연구가 탄력을 받는 분위기입니다.


문화재청은 남원 선원사 지장시왕도에 대한 국가근대문화재 등록 신청을 받는 대로 현지조사에 나설 예정입니다.


MBC뉴스 조수영입니다.


영상취재: 진성민

화면제공: 성보문화재연구원, 순천 송광사

그래픽: 문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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