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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수산대, 실습 나갔다 숨진 19살 대학생.. 3년 만에 비극 '반복'
2025-05-20 426
허현호기자
  heohyeonho@gmail.com

[전주MBC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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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돼지 축사에서 장기 현장실습 중이던 한국 농수산대 소속 19살 학생이 화재로 숨지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이 학교에서 현장실습을 나간 학생이 3년 만에 또다시 숨진 건데, 당시 약속했던 사업장 점검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학생들이 더 분노하고 있습니다.


허현호 기자입니다.


◀리포트▶

3층 벽돌 건물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더니 삽시간에 불길에 휩싸입니다.


어제(19) 오후 5시쯤 경남 합천에 있는 돼지 축사에서 불이 난 건데,


3개월째 현장 실습 중이던 19살 한국농수산대 대학생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경찰 관계자]

"불이 난 걸 미처 알지는 못했겠죠. 인식을 못 했던 것 같고, 연기 흡입을 하다 보니 그곳에서 쓰러졌던 것 같은데.."


불과 3년 전 경기 고양시의 한 화훼농가에서도 같은 학교 학생이 기계에 끼어 숨진 바 있습니다.


당시 대학 측은 현장실습 사업장 심사를 강화하고 안전 점검 용역을 매년 실시하겠다는 대책을 내놨지만 사고는 반복됐습니다.


해당 축사는 2023년 현장실습 사업장으로 선정된 뒤 안전 점검 없이 지난해 2학기부터 현장실습생을 받았습니다.


[한국농수산대 관계자]

"구제역이나, 가축들은 가축 전염병이 문제가 되기 때문에, 적절한 시기에 점검이 못 됐고요. 그래서 금년도에 5월 29일 날 점검을 하려고 예정된 찰나였습니다."


학교 측은 해당 사업장이 규모도 크고 시설이 현대화돼 있는 곳이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한국농수산대 관계자]

"스프링클러가 다 설정이 돼 있습니다. 아주 현대화된 농장이거든요."


하지만 실제 현장은 대학 측이 이해하고 있던 것과 차이가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경남소방본부 관계자]

"스프링클러가 아예 설치가 안돼 있는 거예요? 네, 네 맞습니다. 돈사는 스프링클러 대상은 아니거든요. 그게 사람이 상주하고 거주하는 게 아니라서.."


3년 과정인 한국 농수산대는 2학년에 8개월 동안 월 70만 원의 임금을 받으며 의무적으로 현장실습을 나가야 합니다.


사료 포대에 나르거나 잡초를 뽑는 등 잡일에 동원될 뿐만 아니라, 초과 근무 등 노동권도 보장받기 힘들다는 지적도 있어 왔습니다.


반복된 사고에 학내 커뮤니티에는 "이 악습이 정말 싫다", "우리는 노예가 아니다"라는 호소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국농수산대 졸업생]

"(3년 전 사고 뒤 학교에서) 안전 장비를 제공을 하긴 했어요. 그냥 다이소에서 천 원짜리 고글, 헬멧, 그다음에 무릎 보호대가 다였거든요. 아직도 집에 비닐도 안 깐 채로 그대로 있어요."


한국농수산대 총학생회도 현장실습 전수조사와 제도 전면 개선 등을 요구하고 나선 상황,


현장실습 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 없이 땜질식 처방만 이어지면서 결국 비극이 반복된 것으로 보입니다.


MBC 뉴스, 허현호입니다.


영상취재: 강미이

영상제공: 경상남도소방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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