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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앤현장)"혁신한다더니 내팽개쳐"
2021-02-03 16937
김아연기자
  kay@j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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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앤현장)"혁신한다더니 내팽개쳐"

봄철 전신주에 집을 짓는 까치로 인해

한국전력공사가 해마다 수백억의 예산을

쏟아붓지만 효과가 미미하다는 보도,

어제 전해드렸는데요.


오늘은 도내 한 업체의 사연에

주목해보겠습니다.


이 소모성 예산을 획기적으로 줄일 기자재를

개발했지만 석연찮은 이유로 최종 승인이

거절돼 도산 위기에 내몰렸다고 합니다


'이슈앤현장' 김아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VCR▶

전봇대를 향해 접근하는 까치,


전신주에 설치된 착지방지판에 닿자마자

무게중심을 잃으면서 앉지 못하고

날아가버립니다.


도내 한 중소기업이 개발한

'조류 착지 방지판' 시연 영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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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인 노환태 씨가 이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건 15년 전,


까치연구소를 차리는 등 연구 개발에 매진해 제품을 완성하고 특허도 획득했습니다.


◀INT▶노환태 / 개발업체 대표

(한전에서) 조류 정전때문에 까치철이면 굉장히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연구 끝에) '아, 이건 자신있다' 하고 제품을 생산해서...


한전의 혁신사업에 참여하는 등 문을 두드린 끝에 지난 2014년, 본사 차원에서 시범 사용에 들어갔고, 도내 2백 곳, 주로 까치가 자주 둥지를 틀었던 전신주마다 제품이 설치됐습니다


[cg] 총 25개월, 세 번의 까치 산란철을 지나는 동안 검증한 결과, 까치가 상습적으로 둥지를 틀었던 전신주 2백 곳 가운데 다시 둥지를 튼 곳은 단 3곳에 불과했고, 둥지 조성 횟수도 천여 차례에서 열 차례로 줄었습니다.


기존 어느 제품보다 효과가 탁월했고 설치비도 저렴했지만 한전은 웬일인지 승인을 거부합니다


[cg] 한전 기자재 운영위원회가, 까치가 일부 개소에 반복적으로 둥지를 조성했고, 조류 착지 회피기능이 없다고 결론내린 겁니다.


◀SYN▶한국전력공사 관계자

"(기존에) 칸막이도 설치해보고 엄청 많이 제품이 나왔었는데 결국에는 다 효과가 없더라고요."


업체는 도산 위기에 내몰렸습니다.


시범 사용을 위해 구비한 생산 설비는

모두 멈춰섰고, 제품들도 공장에 수년째

쌓여있어 손실액만 수십억 원에 달합니다.


◀INT▶노환태 / 업체 대표

생산해놓은 것이 4만 개 정도 됩니다. (한전이) 말도 못하는 여러가지 핑계를 대면서 비토하고 있는 그런 상황입니다.


노 대표는 한전이 검증 결과를 외면한 채

마치 결론이 정해져 있었다는 듯 승인을 거부한 배경에 기존 기자재 업체들과의 카르텔이

있었던 게 아니나며 억울함을 호소합니다.


◀INT▶

"저희 것하고 테이블에 같이 올려놓아서 LHC(기존 기자재)를 쓸 때는 쓰고, 저희 것 쓸 때는 쓰고 이렇게 문호만 열어달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본사에서는 이것은 사용하면 안된다며 문을 딱 잠가버린 것이..."


업체 측은 감사원 등에 수차례 민원을 제기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한전의 입장을 대변하는 수준,


한전에 최소한의 공정성이나 절차적 합리성을 기대한 게 무리였는지, 업체 대표는 거대 공기업을 상대로 힘든 싸움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MBC 뉴스 김아연입니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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