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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고, 침수되고".. 잠 못 이룬 노인들
2022-08-16 538
허현호기자
  heohyeonh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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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불과 일주일도 안돼 다시 쏟아진 폭우에 밤사이 도내 이곳저곳에서 피해가 속출했습니다.


특히 노인들이 많은 농촌에서 주로 피해가 났는데, 낡은 주택이 무너지고 침수 피해가 이어지며 어르신들은 한밤중에 가슴을 졸여야 했습니다.


허현호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전북 무주의 한 사과밭, 물에 잠겨 흙탕물이 끊임없이 쏟아져 내려옵니다.


고랑마다 흙탕물이 들어찬 밭, 추석을 앞두고 수확을 일주일도 남기지 않은 사과들이 떨어져 있습니다.


6년 동안 기른 사과나무를 어떻게든 살리려 물길을 내 보지만 무릎까지 빠질 정도로 진창으로 변해버린 탓에 수습이 쉽지 않습니다.


[양정규 /농민]

"그 이후에는 어떡합니까. 내버려 두면 뿌리가 썩어요. 지금 딸 때 아닙니까. 이제 추석인데, 심란하죠. 마음이...."


전북 정읍에서는 폭우와 함께 몰아친 돌풍으로 큰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마을에 있는 낡은 주택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지붕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무너진 집 아래쪽과 주변으로 슬레이트 지붕 잔해들이 이리저리 널려 있는 모습을 보는 85살 할머니는 앞으로가 막막하기만 합니다.


[배정임 /피해 주민]

"우당탕하길래, 이게 뭔 소리인지 나가봤어요. 그랬더니 뒤꼍이 이렇게 싹 어그러져 버렸더라고.... 살 수가 없는 게, 이 지경이 되니까 내가 어떻게 살겠소."


돌풍으로 지붕이 날아간 집이 이 마을에만 5채, 부러진 나무 뼈대가 그대로 노출돼 있습니다.


피해 주민들이 대피해 있는 마을회관입니다. 이곳도 마찬가지로 지붕이 날아갔고, 구조물들이 떨어져 나가 안전사고 위험성이 커 보입니다.


한때 시간당 60mm의 폭우가 쏟아졌던 전북 완주의 한 주택은 앞마당은 물론 집 안까지 물이 들어차 온통 물바다로 변했습니다.


물이 빠진 뒤 연신 가재도구를 닦고 정리해 보지만 장판 아래까지 물이 들어찬 탓에 막막하기만 합니다.


홀로 살던 86살 할머니는 잠이 든 사이 갑작스레 불어난 물에 대피할 수도 없어 소방대원이 올 때까지 마음을 졸여야 했습니다.


[할머니 딸]

"어머니가 나오려고 하니까 물이 다 차 가지고 문도 안 열리더래요. 저 밖에 물이 딱 차있으니까.... 침대 위에 올라가서 계시라고 그랬어요. "


마찬가지로 많은 양의 비가 내렸던 전북 김제와 부안 등에서도 주택이 침수됐다는 신고가 이어졌습니다.


80대 노부부가 사는 저지대 주택은 빗물이 방문 앞까지 들어차며 마음을 졸여야 했습니다.


[권오성 /피해 주민]

"아이고 죽을뻔했어요. 퍼내려고 대야랑 막 갖고 왔더니 벌써 이렇게 찼어."


이 밖에도 도로 이곳저곳이 침수돼 완주에서는 차량에 갇힌 1명이 구조됐고, 가로수가 쓰러지는 등 전북 소방 당국에만 모두 24건의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MBC 뉴스 허현호입니다.


- 영상취재 : 진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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