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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데없이 운동장 뺑뺑이?".. 특수학교에서 무슨 일이
2025-08-13 491
허현호기자
  heohyeonho@gmail.com

[전주MBC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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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전북 지역의 한 특수학교에서 두 달 동안 매일 아침마다 교사와 학생들에게 운동장을 달리는 일이 있었습니다.


'체력을 길러야 한다'는 교감의 지시 때문이었는데, 이 교감이 평소에도 학교 내에서 폭언과 고압적 분위기 조성으로 교사들을 괴롭혔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허현호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전북 지역의 한 특수학교,


이 학교 교사가 취재진에 공개한 사진입니다.


학생들과 교사 수십여 명이 한데 섞여 체조를 하고, 줄을 지어 달리며 운동장을 돕니다.


정규 시간표를 무시한 채 4월과 5월 두 달간 1교시는 매일 20분간 달리기를 해야 했습니다.


아이들이 힘들어하는 데도 체험학습을 위해 체력을 길러야 한다는 교감의 막무가내 지시에, 매일 5바퀴에서 10바퀴씩 운동장을 돌아야 했다고 교사들은 증언합니다.


[00학교 교사]

"어디서 보는지는 제가 잘 모르겠지만, 줄 맞춰서 안 뛴다, 뒤에 애들이 처지는 학생들이 있다 그러면 반드시 담당자를 질책해 왔습니다. (교사들은) 더욱더 학생들에게 똑바로 줄 서라, 달리기할 때 열 맞춰라. 오와 열을 맞춰라.."


이 학교 교감의 부당한 지시는 이뿐만이 아니었다는 것이 폭로에 나선 교사들의 주장입니다.


대학 체험학습 당일, 정해진 대로 택시로 이동하려는데 갑자기 이동 시간이 1시간 가까이 걸리는 버스를 타라는 지시를 하는가 하면,


반대 의견을 내면 "교감을 무시한다"는 등 폭언과 고압적인 태도로 일관해 일부 교사는 공황장애와 하혈 등을 겪기도 했습니다.


[박고운/전교조 전북지부(피해 교사 대독)]

"오늘은 또 어떤 이유로 질책을 받을까, 이 일을 내가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가슴을 짓눌렀습니다. 함께 하는 동료 교사들은 울지 않고 퇴근하는 날이 손에 꼽힐 정도로.."


법이 보장한 가족 돌봄 휴가나 육아 시간 활용도 눈치를 봐야 했는데, 전교조는 피해자 11명을 포함해 17건의 진술서를 확보해 교육청에 조사를 요구했습니다.


[00학교 교사 (기자회견 중)]

"이미 드러난 사례 외에도 피해 사실을 차마 말하지 못한 교사들이 많이 있다. 반드시 전수조사를 통해 추가 피해 실태를.."


이에 대해 당사자인 교감은 "기자회견 내용은 사실과 많이 다르지만 심적으로 부담을 느꼈다면 죄송하다"라며, "본청 감사에 성실하게 응하겠다"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공개된 사진에 관해서는 "달리기가 아닌 걷기 활동"이었다며, "교사들과의 협의를 거쳤고 학생들도 불만이 없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최근 5년 동안 전북교육청 갑질신고센터에 청구된 사건 232건 중 갑질로 인정된 사례는 고작 3% 수준인 6건으로, 전국 최하위인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MBC 뉴스, 허현호입니다.


영상취재:조성우

그래픽:문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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