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주MBC 자료사진]
◀앵커▶
1년 넘게 임금 인상과 처우 개선을 요구해 온 아파트 노동자들이 최근 쌀 한 포대와 식대 만 원을 제안받았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알고보니, 관리 소장이 자신의 월급이라도 떼어 요구를 들어주려고 했던 것이었는데 LH가 정한 관리비 인상 가이드라인에 막혀 아파트 관리업체와 노동자들만 갈등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전재웅 기자입니다.
◀리포트▶
군산에 위치한 1,300여 세대 규모의 LH 임대 아파트 단지,
관리 업체와 노동자들은 1년째 임금 인상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습니다.
[엄연지 / 청소반장]
"잠정 합의를 했다가도 엎어지고, 조정위원회 가서 합의를 했다가도 엎어지고.. 다만, 밥 먹는 거는 양보 못 하겠다. 밥값만 줘라."
월급이 최저시급 수준에 불과하다 보니, 이들은 사무실 직원들이 받는 월 10만 원 식비라도 동일하게 지급해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최근 업체 측은 점심에 밥해 먹을 쌀을 지급하겠다거나 식비로 월 만 원을 주겠다고 제안해 갈등이 폭발했는데,
알고 보니 마음대로 임금을 올릴 수 없어 내놓은 고육지책이었습니다.
[관리소장]
"합의된 것도 없고, 해결해 보려고.. 만 원도 내 월급 깎아서 준다 그랬어요. 사측에서 준다는 게 아니고, 내 월급 만 원 깎아가지고."
그렇다면 이런 상황이 왜 발생한 것일까.
아파트 주민들이 낸 관리비에서 미화원과 경비원 월급을 지급하는데,
당초 LH측이 전년도 예산의 4.2% 까지만 관리비를 올릴 수 있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상황에서, 아파트 관리업체는 이 가이드라인을 어기고 7.22%까지 관리비를 올릴 수밖에 없던 상황이었습니다.
[관리 업체 관계자]
"다른 데도 다 인건비가 올라요. (관리비는) 통으로 예산을 짜기 때문에 이렇게 해주면 최저임금을 못 맞춘다. 그것까지 다 사유서 써가지고."
월 10만 원씩 식대를 추가 지급한다면 관리비를 천 원씩 더 받아야 하는데 이번에는 주민들 설득 문제가 남게 됩니다.
[입주자]
"웬만하면 해드리자 했는데, 그걸로 끝난 것이 아니라 (요구가) 자꾸 늘어나요."
결국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LH의 가이드라인과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노동자, 관리비 부담을 덜고 싶은 주민들과 쉽사리 임금을 인상할 수 없는 관리 업체 간 복잡한 관계 속에서 해결책 마련이 쉽지 않아 보입니다.
MBC뉴스 전재웅입니다.
영상취재: 조성우
그래픽: 문현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