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Air
'의혹마다 등장' 감정평가사.. '위증' 시도하다 '구속'
2023-08-21 1907
허현호기자
  heohyeonho@gmail.com

[전주MBC 자료사진]

[선명한 화질 : 상단 클릭 > 품질 720p 선택]

◀앵커▶

감정가액을 부풀린 과다한 대출로 피해를 야기했던 의문의 사건들, 과거 여러 차례 보도해 드린 적 있습니다.


그런데 일련의 의혹들을 취재할 때마다 빠짐없이 등장했던 감정평가사가 한 명이 있었는데요, 


바로 감정평가사협회 전북지부장을 역임한 인물입니다.


최근 법정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뒤, 위증까지 시도하다 결국 구속되면서 감정평가 업계의 어두운 일면을 낱낱이 드러냈습니다.


허현호 기자입니다.


◀리포트▶

지난 2019년, 전주 시내의 한 도로.


한 남성이 도로가에 멈춰서 있는 차량에 탑승해 무언가 '최대한 해보겠다'고 말합니다.


[남성]

"제가 하여튼 최대한 거시기해서요."


대화 상대인 부동산 업자는 대가를 언급합니다.


[부동산 업자]

"오늘 이 900입니다. 제가 식사하면서 100만 원 드릴게요. 잘 좀 부탁해요.(예. 예. 예.)"


돈뭉치로 보이는 무언가를 움켜쥔 이 남성, 


협회 전북지부장까지 맡았던 감정평가사 김 모 씨입니다.


[김 모 씨 / 감정평가사(지난 2021년)]

"하여튼 이걸 보니까 뭘 들고는 있고만요. 그때 그 사람이 뭐 기념품을 줬던가, 무엇을 줬던 것도 같기도 하고.."


3년 전 도내 한 농협의 부당 대출 의혹이 불거졌을 때에도 어김없이 감정평가사 김 씨가 등장합니다.


담보 평가액이 부풀려졌다는 의혹을 받은 대출 5건 모두에 관여한 것입니다. 


김 씨는 부동산 감정이 주관적일 수 있다는 취지로 말했지만, 웬일인지 해당 농협은 유독 높은 금액을 제시했던 김 씨의 감정을 채택했습니다.


[김 모 씨 / 감정평가사(지난 2020년)]

"(부동산 가격이) 얼마인지 우리한테 판단 좀 해주쇼. 의견이잖아요. 의견.."


결국 대출금은 물론 이자도 제대로 받지 못한 농협은 피해액을 7억 원으로 추산하기도 했습니다.


[금융계 관계자(지난 2020년)]

"실력 있는 감정평가 법인들이 감정을 하게 되면 금액이, 갭의 차이가 많지 않아요. 이렇게 금액이 차이가 날 수가 없거든요."


각종 의혹을 뿌리며 검찰의 수사선상에 오르락 내리락하던 김 씨, 결국 또 다른 사건으로 덜미가 잡혔습니다.


부동산 업자의 청탁을 받고, 정읍의 한 토지에 대한 감정평가를 해준 대가로 2,900만 원을 수수했다는 혐의가 드러난 겁니다.


전주지방법원은 부정한 청탁을 받고 한 범행으로 감정평가의 공정성과 사회의 신뢰를 현저히 훼손됐다며 징역 1년을 선고했습니다.


1심 선고에서 법정구속은 면했지만, 재판조차 습관처럼 '청탁'으로 위기를 모면하려다 마침내 구속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감정평가를 잘 해주는 대가로 돈을 줬다'고 1차 진술했던 부동산업자가 재판 과정에서 돌연 진술을 번복한 점을 수상히 여긴 검찰,


교도소 접견 내용을 분석한 결과 김 씨가 변호사를 통해 2,500만 원을 주고 위증을 교사했다는 혐의를 확인하고 추가 기소한 겁니다.


숱한 의혹 속에 법의 심판을 받게 된 지역의 유명 감정평가사, 


김 씨의 행보로 감정평가의 어두운 그늘이 낱낱이 드러나면서 이처럼 검은 거래를 과연 개인의 일탈로만 치부할 수 있는 일인지, 의구심은 여전합니다.


MBC뉴스 허현호입니다.


영상취재: 조성우

그래픽: 문현철

목록